[모바일 금융 빅뱅] 국내시장, 경쟁력도 콘트롤 타워도 안보인다

2014-11-12 17:36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빛 좋은 개살구'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금융과 연계되면서 국내 모바일 금융의 최첨단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현실을 이같이 표현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 및 IT업계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모바일 금융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국내 모바일 금융시장의 약점 중 하나는 거대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견줄 만한 '덩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적·물적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덩치 큰 대기업이 모바일 금융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현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그나마 모바일 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대형 업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관련기업 정도가 고작이다.

여기에는 엄격한 금산분리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기업이 모바일 금융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금융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순 협력관계를 떠나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위해 합작회사라도 설립할라 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소유·지배를 금지한 까다로운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이는 IT분야를 비롯한 비금융권 대기업이 모바일 금융시장 본격 진출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과감하게 업역간 경계를 허무는 법적·제도적 혁신이 전제되지 않는 한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것이 공통된 업계의 목소리다.

은행, 카드 등 기존 금융업계와 IT업계의 긴장관계도 국내 모바일 금융 성장에 걸림돌이다.

국내 은행들은 카카오톡 등 IT업체가 주도하는 모바일 금융의 활성화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톡이 30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무기로 간편결제 시장을 잠식할 경우 수수료 기반의 수익원을 잃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각 시중은행들이 공들여 자체 개발한 각종 모바일 앱의 사용률 저하도 걱정거리다.

이같은 위기감 속에서 은행권은 일단 뱅크월렛카카오와 제휴를 택했지만 내심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기해서 몇번 사용하겠지만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며 “충전 금액도 한계가 있고, 이체 가능 금액도 적어 몇번 사용하다 금방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업계도 은행권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결제를 위해서는 단말기 등이 따로 필요한데 이에 대한 충분한 공급 없이는 모바일 결제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며 “과거 NFC 결제도 일명 동글이라 불리던 결제 단말기 보급 지연으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반을 육성하고 지원할 콘트롤 타워의 부재도 국내 모바일 금융시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미래창조과학부, 금융감독원 등이 모바일 금융산업 장려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단순한 규제완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천송이코트' 결제 발언을 계기로 모바일 결제시장이 대폭 개선됐지만 아직 국내시장은 규제를 제거해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해외 모바일 결제 브랜드가 들어오면 국내 시장은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모바일 결제와 관련된 몇가지 제도적 규제를 풀었다고 정부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비스 사업자가 먼저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계속 내놓으면 정부를 이를 보완하는 정책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며 “규제를 없애고 시장 환경을 개선하되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등도 철저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