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말인사 냉기류… ‘승진 적고 문책성 전보’에 무게

2014-11-11 11:51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그룹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냉기류가 감돈다.

임직원 사기를 고려해 대대적인 물갈이는 자제하겠지만 승진자가 적고 문책성 전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할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11일 삼성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일각에서 대대적인 인사조정을 예고하는 조기인사설이 제기됐지만 그룹 측은 분위기를 한결 누그러뜨렸다. 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당초 밝힌 대로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데 변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인사조치 후 내년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시간이 필요해 인사를 앞당길 것이란 추측을 낳았다. 삼성그룹이 하반기 채용 발표를 앞당기는 듯한 정황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룹 측은 그러나 “예정된 수순”이라고 일축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게 사장단 인사는 내달 첫째 주 초, 임원 인사는 같은 주 후반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쪽에선 침체된 임직원 사기를 고려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문책성 전보 등 전반적 인사기조가 냉랭할 것이라는 데 안팎의 이견이 적어 보인다.

이미 계열사별로 인력 재배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임직원을 현장에 전진배치하는 인사가 단행됐다. 현장 강화가 인사 목적이지만 근무지 이동이 버거운 일부 임직원의 이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승진자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은 실적이 좋았던 2011년에 역대 최대인 501명의 승진자를 냈지만 이후 매년 승진 규모가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SDI, 제일모직,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합병 후 각자 대표에서 단일 대표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장단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장단 규모가 줄면 임원 숫자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

연말 인사평가 기준도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알려져 승진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삼성 내부에선 최근 승진 대상자를 배려한 점수 몰아주기, 입사 순대로 좋은 평가 주기 등을 금지하는 인사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하강 국면이 본격화돼 인원 감축이 필요한 삼성으로서는 안팎의 불안감을 키울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승진자를 줄이며 자연감소분에 따른 자연적인 구조조정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과 그룹 지배구조개편 상황에서 불거진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이 유보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며 전반적인 인사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삼성 3세들의 경영권 승계가 이번 인사의 주요 관심사다. 이 부회장의 승진은 유보로 기울었지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이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고려하면 빠르지 않다는 평이다. 또 2009년 이후 매년 두 명씩 나오던 부회장 승진자가 지난해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올해 승진 가능성을 높였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하루 15~19시간 깨어 있으며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다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을 뿐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주도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