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트’ 염정아 “도경수 억울함에 엄마로서 느낀 울분, 와 닿았다”
2014-11-10 15:54
여배우로서 화장은 필수다. 영화를 위해 화장을 지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일부러 고단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기미를 그려 넣는 일은 거의 없다. 염정아는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을 위해 민낯을 드러냈다.
염정아는 ‘카트’에서 삶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더 마트’ 비정규직 직원 선희로 분했다. 돈을 벌기 위해 몇 개월씩 자리를 비우는 남편을 대신해 아들 태영(도경수, 엑소 디오)과 딸(김수안)을 돌보는 선희. 정규직 전환만 믿고 열심히 살아가던 선희는 어느날 청천병력처럼 전해진 해고 통보에,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치민다.
온전히 엄마의 입장에서 그 신을 촬영했다는 염정아는 엄마의 힘든 상황을 알고 아르바이트비를 선뜻 내미는 아들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원래 첫 테이크가 가장 좋은 장면으로 선택되더라. 두세 번 찍은 장면에서는 힘을 잘 내지 못한다”는 염정아는 “그 신은 달랐다. 찍으면 찍을수록 감정이 잘 잡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카트’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담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우리 이웃의, 바로 내 어머니의 이야기일 수 있다. 염정아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전부 불행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부당한 대우를 받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계시구나라고요. 저는 마트를 거의 매일 가요. 그날 먹을 것들을 그날 사는 편인데, 영화를 찍고 마트에 갔는데 그냥 ‘남’ 같지만 않더라고요.”
해고 위기에 처한 마트 직원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이 영화 현장에 있다는 사실조차 깜빡할 정도로 메소드 연기를 펼친 염정아. 염정아를 비롯한 배우들이 일심동체가 돼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는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했다. 염정아에게 차기작을 물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는 염정아는 “다음번에는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원래 개그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