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트’ 염정아 “도경수 억울함에 엄마로서 느낀 울분, 와 닿았다”

2014-11-10 15:54

배우 염정아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화려한 여배우의 삶을 살아가는 염정아(42)는 지난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15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총 7편의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여배우로서 화장은 필수다. 영화를 위해 화장을 지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일부러 고단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기미를 그려 넣는 일은 거의 없다. 염정아는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제작 명필름)을 위해 민낯을 드러냈다.

염정아는 ‘카트’에서 삶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더 마트’ 비정규직 직원 선희로 분했다. 돈을 벌기 위해 몇 개월씩 자리를 비우는 남편을 대신해 아들 태영(도경수, 엑소 디오)과 딸(김수안)을 돌보는 선희. 정규직 전환만 믿고 열심히 살아가던 선희는 어느날 청천병력처럼 전해진 해고 통보에,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치민다.
 

배우 염정아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최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염정아를 만났다. 염정아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 완성품에도 잘 묻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배우로서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아닌, 처음 보는 저의 모습에 당황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주장하기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이런 얘기도 있다는 점에서 널리 알리는 영화, 사람 사는 얘기인 것이죠. 시나리오를 보고 울었는데, 아무래도 엄마로서 느낀 울분이 있었죠. 제일 큰 부분은 아이가 느낀 억울함이에요. 아들인 (도)경수가 급식비도 못내 밥도 못 먹고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경찰서에서 아들이 알바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편의점 점주(김희원)에게 얻어 맞았다는 현실이 선희를 바꾸게 만든거죠. 선희는 ‘내가 해야하는 일이 싸워야하는 것’이라고 느꼈던 것이죠.”

온전히 엄마의 입장에서 그 신을 촬영했다는 염정아는 엄마의 힘든 상황을 알고 아르바이트비를 선뜻 내미는 아들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원래 첫 테이크가 가장 좋은 장면으로 선택되더라. 두세 번 찍은 장면에서는 힘을 잘 내지 못한다”는 염정아는 “그 신은 달랐다. 찍으면 찍을수록 감정이 잘 잡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배우 염정아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들 뿐 아니라 조합원들과의 현장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고. “김영애 선생님부터 문정희, 황정민, 천우희 등 모두 함께 밥도 해서 먹고, 장난도 치고 장기자랑도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며 “저는 선배님들과 후배들 사이를 오고갔고, 후배들 중에서 문정희가 리드를 잘해 분위기는 최고였다”고 말했다.

‘카트’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담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우리 이웃의, 바로 내 어머니의 이야기일 수 있다. 염정아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전부 불행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부당한 대우를 받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계시구나라고요. 저는 마트를 거의 매일 가요. 그날 먹을 것들을 그날 사는 편인데, 영화를 찍고 마트에 갔는데 그냥 ‘남’ 같지만 않더라고요.”

해고 위기에 처한 마트 직원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배우 염정아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에서 용역이 무작위로 조합원들에게 덤비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일 뿐인데도 정말 무섭더라고요. 실제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 김영애 선생님이 걱정이 됐죠.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보게 됐어요.”

자신이 영화 현장에 있다는 사실조차 깜빡할 정도로 메소드 연기를 펼친 염정아. 염정아를 비롯한 배우들이 일심동체가 돼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는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했다. 염정아에게 차기작을 물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는 염정아는 “다음번에는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원래 개그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