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밋빛 전망 주춤… 새해 예상지수 2100선 뚝
2014-11-06 17:29
결국 내년 증시도 좁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는 '박스피'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연초만 해도 높게는 3000선 돌파까지도 점쳤던 우리 증권사가 잇단 대내외 악재에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가 제시하고 있는 2015년 코스피 예상지수 범위와 평균치는 각각 1962~2300선, 2129선이다.
대부분 증권사는 내년 증시가 연말로 갈수록 오르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시기별 지수 예상치는 상반기가 2073, 하반기는 2158으로 85포인트 차이가 났다.
연간 전망치 상단을 가장 높게 본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1870~2260선을 예상 범위로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870~2180으로 내놓아 하단이 신한금융투자와 같았지만 상단은 80포인트 낮았다.
교보증권은 1750~2150으로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했다. 신영증권도 1790~2160으로 1800선 아래쪽으로 하단을 잡았다. LIG투자증권ㆍ이트레이드증권은 각각 1850~2020, 1920~2250선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삼성증권(2000~2300) 및 현대증권(1900~2200), 유안타증권(1980-2350)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내년 역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악재는 기업실적 부진이다.
삼성전자는 연초만 해도 9조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까지 추락했다. 현대차 같은 기간 영업이익 1년 만에 18% 줄었고, 현대중공업은 2조원에 맞먹는 영업손실을 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주가 예상보다 큰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잇달아 어닝쇼크를 기록할 경우 내년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있다. 엔저는 이미 국내 수출주 주가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렸다. 중국이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도 우리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지만 비관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 영업이익률이 하락했지만 개선할 수 있고,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이미 낮아지기 시작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및 현대차그룹, SK그룹을 비롯한 주요 재벌에서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증시에는 호재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SK를 보면 2006~2007년 지배구조가 변화하면서 시가총액이 285% 증가했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따라간다면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여느 증권사와 달리 내년 증시 전망을 상고하저로 잡았다. 상반기에는 정부 부양책 덕에 강세를 보일 것이나 하반기는 미 금리 인상을 비롯한 여파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고령화가 앞으로 1~2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경제성장률이나 내수산업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자산가격을 띄워서라도 인플레를 유발하려는 정부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가 내년 증시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