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건설사 시공순위 재조정...살림살이 더 팍팍해지나

2014-11-04 15:03
경영상태 비중 강화로 순위 하락 불가피, 공공공사 차질 우려

[자료=대한건설협회]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건설업체에 대한 시공능력평가제도가 경영상태와 안정성 비중을 늘리도록 개편된다. 부도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의 경우 시공평가액 축소가 불가피해 공공공사 수주 감소 등에 따른 경영난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공능력평가를 개선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국토부가 매년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평가·공시하는 제도다. 따로 순위를 정하지는 않지만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라 순서가 매겨져 사실상 건설사 순위 지표로 통용되고 있다. 올해는 삼성물산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발주자는 평가액을 기준으로 입찰제한을 할 수 있고 조달청 유자격자 명부제(시공능력에 따라 등급을 구분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도급하한제(대기업 시평 금액 1% 미만 공사 수주 제한) 등을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시공능력평가의 정의를 ‘건설업체가 시공할 수 있는 1건 공사의 예정금액’에서 ‘건설업자의 상대적인 공사수행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나타낸 지표’로 바꿔 업체 신뢰성을 높일 방침을 세웠다.

우선 수시평가 체계를 도입, 부실 건설사의 경우 이전 시공능력평가를 재평가해 조달청 등에 공시토록 했다. 현재는 건설업 재등록 등으로 부실상태를 벗어난 건설사에 대해서만 수시평가를 하고 있지만 부실기업도 포함한 것이다.

평가 기준 중 공사실적평가액의 반영비율은 75%에서 70%로 낮추고 경영평가액의 반영 비율을 75%에서 80%로 높였다. 공사실적보다 경영상태를 중시하자는 취지다. 경영평가액 중 경영평점 평가지표는 유동비율을 삭제하고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있는 비율)을 추가해 부채가 많은 업체는 경영평점이 낮아지도록 했다.

공사실적평가는 최근 3년간 공사실적을 최근 1차연도에 가중 평균(1.2배)을 두도록 했다. 기술능력평가액 중 기술개발투자액은 세무서에 신고한 금액으로 조정했다. 신인도평가는 공사대금·임금 등 체불 사업주 감액 등을 추가했다.

경영평가 비중이 늘어난 새로운 시공능력평가가 도입되면 현재 경영여건이 불안정한 구조조정 건설사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시공능력평가액이 줄면 참여할 수 있는 공공공사 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를 수주할 때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라 입찰 참여업체가 제한되는데 시공순위가 떨어지게 되면 수주할 수 있는 공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워크아웃·법정관리 중인 건설사에 대해 마땅한 경영정상화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한 일감인 공공공사가 줄어 회생 기회를 축소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상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워크아웃·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곳은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간 울트라건설까지 포함해 17곳이다. 이들 건설사는 경영악화로 이미 시공순위가 지속 하락세인 상황이다.

올해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쌍용건설(19위)과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20위)은 지난해보다 각각 3계단, 2계단씩 순위가 하락했다. 워크아웃 중인 진흥기업(51위)과 신동아건설(55위), 인수합병이 무산된 동양건설산업(63위)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법정관리 중인 LIG건설은 59위에서 85위로 떨어졌다. 법정관리 중인 우림건설(114위)과 워크아웃 중인 동일토건(128위)은 아예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건설사 직원은 “이미 순위가 내려갈 데까지 내려간 상황이지만 시공능력평가 중 경영평가 비중 확대는 분명 악재”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건설경제과 관계자는 “조달청의 유자격자 명부의 실제 하락 사례를 본 결과 기준이 한 단계 떨어져 참여할 수 있는 공사 규모가 변경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건설산업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초 현금흐름표를 시공능력평가에 반영하는 등 경영상태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구축비용 등 문제가 있어 철회하는 등 업계 의견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 입법절차를 거쳐 다음 달 개정안을 공포하고 오는 2016년부터 새로운 시공능력평가를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