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서민 죽어나는데… 여전히 정책 실마리 풀지 못해

2014-11-02 19:02

[자료=한국감정원]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정책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매매시장 정상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 역시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전세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전셋값 상승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그대로 전세에 머무르는 수요가 늘어나 매물 부족이 심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08년에만 해도 1.71%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9년 4.27%, 2010년 8.49%, 2011년 15.38%로 매년 상승폭이 두 배 가량씩 오르는 급증세가 이어졌다. 2012년 1.90% 올라 한숨 돌렸지만 지난해 다시 6.7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9월 현재 3.83% 올랐지만 지난해 상승분까지 더하면 전세 세입자들의 체감 부담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2011~2012년 크게 오른 전세 보증금을 치른데 이어 2년만에 또 다시 만만치 않은 인상분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저축 수준을 넘어서는 전셋값 상승세를 감당하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정책은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을 위한 ‘빚내서 집 사라’에서 ‘빚내서 전세 내라’로 변한 것이 전부인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는 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전월세 대책이 전무했던 7·24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을 제외하면 2년도 채 안된 기간 동안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7차례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월세 대책은 주로 매매시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실질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은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며 전셋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매매시장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세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것은 매수심리가 회복되면 전세시장이 안정된다는 통상의 상관관계가 어긋난 것의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매매전환이 활성화되면 시장에서는 당연히 그 수요만큼 전세수요가 감소해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 시장 분위기는 매매전환에 비해 전세물량의 월세전환 속도가 더 빨라 전세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가 지난달말 내놓은 ‘10·30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 역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내세운 다세대·연립 활용 방안이 실패한 이전 정책인 도시형생활주택을 답습한데다 월세 주거비용 지원이 빠른 월세 전환을 유도해 전세주택 부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세난 발생 원인인 전세매물 부족 해결을 위해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의 차질 없는 추진과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진국 수준의 공공임대 재고 확보와 LH 부채를 감안한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거보조금 제도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