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기 가뭄에 "코스콤 서버 빌려쓸까"
2014-11-02 06:02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국내 증시가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자체 전산시스템 대신 코스콤 전산망을 빌려쓰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 전산망을 대여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ASP)을 이용하는 증권사 수는 2000년대 들어 크게 감소했다가 최근 1~2년 사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용절감이 가장 큰 이유다. 자체 전산망으로 원장을 관리할 경우 개발비나 인건비를 모두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ASP를 쓰면 계좌개설을 비롯한 주요 전산작업이 코스콤으로 이관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딩투자증권이 이미 2013년 코스콤 회원사로 복귀한 데 이어 올해에는 부국증권도 ASP를 다시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모든 증권사는 코스콤 ASP를 이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빠르게 보급됐고 자체 전산망을 구축하는 증권사가 늘어났다. 보안 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마케팅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전산망을 업데이트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A증권 관계자는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차별화가 필요했고, 코스콤 ASP로는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독자 개발한 상품이 있는데도 코스콤 시스템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시를 포기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코스콤에 이용료를 내고 쓰는 것이지만 시스템 변경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ASP를 다시 쓰는 회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아서다. 여기에 정부가 보안관련 정책방향을 바꿀 때마다 전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도 코스콤으로 복귀를 부추기고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ASP 회원사 수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이미 있는 IT 인력이나 원장을 한 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불황을 겪으면서 회원사로 복귀를 선언하거나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