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 거취 표명 '묵묵부답'

2014-10-30 15:42
'KB사태 방관' 책임론 거세져…사퇴 압박
결정 여지 남아…임기 따라 자연 퇴진 가능성도

서울 명동 소재 KB금융지주 본사[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으로 KB금융 지배구조 불안감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KB금융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KB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들은 그동안 차기 회장 선임 시까지 거취표명을 미뤄왔다. 하지만 회장 선임이 마무리됐는데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및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윤종규 차기 회장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추천결의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와 사외이사들이 이날 국민은행장 겸임 여부를 비롯해 사외이사들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외이사 거취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사회 직후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거취는 무슨…"이라며 발끈했다.

사외이사들이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최근 KB사태와 관련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중재자로 나서기보다는 방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KB금융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이사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KB사태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중재자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방관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회장 선임에 이어 사외이사들이 빠른 시일 내에 거취를 결정할수록 KB금융 경영 안정화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KB사태에 대해 "이번에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KB금융의 경영 안정화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KB금융에 대한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거취를 결정할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회추위원장을 맡은 김영진 사외이사는 이사회 직후 "우리는 미련이 많지 않다"며 "KB의 발전에 무엇이 좋은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 역시 "이사회에서 여러 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주관 하에 1년간 있었던 이사회 운영체계를 재점검하고 개선대책을 강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입장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일시에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다른 경영공백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임기가 만료되는 대로 자연스럽게 퇴진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 9명 중 이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이종천·황건호·김영과·고승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