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마' 손성윤 "악녀 연기요? 잘 맞는 것 같아요!"
2014-10-29 11:02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배우 송윤아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엄마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안 그 옆에는 유부남(정준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불륜녀가 있었다. 회사 내 권력을 이용해 가정이 있는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그 부인(문정희)가 일하는 카페를 찾아가 행패를 놓기까지. 한 시청자는 그런 불륜녀의 모습에 "'왔다 장보리' 속 캐릭터 연민정도 울고 갈 악녀"라고 반응했다.
지난 19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마마'(극본 유윤경·연출 김상협) 속 손성윤(30)의 이야기다. 문태주(정준호)와 불륜관계를 이어가는 강래연으로 분한 손성윤은 드라마 속에서 유부남을 꾀어내는 역할로 매회 표독스러운 표정과 섹시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23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손성윤은 강래연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긴 생머리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지만, 섹시한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맑고 청순한 느낌과 맞닿아 있었다. 질문을 들을 때마다 연신 눈을 깜박거리며 신중하게 답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농담을 건네면 '까르르'거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내비쳤다.
그만큼 악역 연기가 힘들 법도 하지만 손성윤은 오히려 "언제나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타당성 있게 화내고, 그걸 표현할 때 가장 신 난다. 왠지 모르게 나쁜 연기가 좋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마'에 강래연이 있다면 한주 앞서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는 '암 유발녀' 연민정(이유리)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다 보니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왔다 장보리'를 재미있게 봤다는 손성윤은 "이유리 씨가 큰 사랑을 받는 건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잖아요. 배우가 그보다 행복한 게 어디 있겠어요. 저 역시 부족한 모습임에도 이유리와 비교되며 '욕 먹는' 게 좋았습니다."
'마마'는 송윤아, 문정희의 끈끈한 우정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워맨스'(Woman과 Romance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여자들의 우정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쓸쓸히 홀로 연기하는 손성윤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촬영장에서는 같이 마주할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방송을 통해 송윤아, 문정희 선배의 연기를 보니 딴 나라 이야기 같았다.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나는 외톨이였다"고 입을 삐죽이 내밀다가도 어느새 "악역은 원래 이렇게 외로운 거다. 참아내야 한다"고 다짐하며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손성윤에게 연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감정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보니 분명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연기를 내려놓은 모습은 생각할 수 없었다. "맞아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많이 느껴지니 포기할 수 없죠. 하하. 배우를 안 했으면 뭘 했을지 상상이 안되요."
1시간 동안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손성윤에 대해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실제 모습과 작품 속 모습이 전혀 다른 배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알고 연신 공부할 것을 찾는 배우로 결론 내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믿음'이라는 단어가 가까이 있다는 것. '믿음 가는 배우, 한번은 믿어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배우' 손성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