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줄이자!]서울시 지하철 자전거 전용칸 운영 용두사미 전시행정 전락

2014-10-28 14:02
2009년 709량 운영 계획 밝혀...실제 운영은 94량 전부
자전거 전용 경사로 400여개 지하철 역 중 40여개 불과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서울시가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지하철 자전거 전용칸 운영이 용두사미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용칸 운영 차량 수가 당초 계획의 10분 1정도에 그치는데다, 그나마 운영중인 전용칸도 안내 등 서비스가 부족해 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10월 자전거 휴대승차 시범운영을 실시하면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지하철 1~8호선 전동차 40량을 대상으로 맨 앞칸과 뒤칸에 7인석 의자 2개를 없애고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 자전거 전용칸을 마련했다. 사용 가능한 요일은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이다. 단 접이식 자전거는 접힌 상태로 항상 휴대 승차가 가능하다. 

당초 서울시는 2010년 4월까지 80량에 설치된 자전거 칸을 709량까지 늘리고 편성 횟수도 40편성에서 359편성으로 느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 칸 설치 차량은 초기 80량에서 14량 늘어난 94량이 전부이고 운행도 47편성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자전거 전용 칸이 붐비는 것은 기본이고 자전거를 싣지 못한 승객의 경우는 전철을 몇 번 보내고 나서야 승차할 수 있는 일이 다반사다.

주말에 교외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직장인 A씨(35)는 "주말에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면서 "모든 열차에 자전거 칸을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적으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자전거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차 한대 값과 비슷하다"면서 "서로 엉겨붙어서 가다보면 의도치 않게 남의 자전거에 흠짓을 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정말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전거 칸이 이용되지 않는 평일에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자전거 칸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도 좌석이 마련되지 않아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칸으로 전락했다.

또 자전거 전용칸을 만들어놓고 역사에 자전거 전용 경사로 등 관련 이용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자전거 이용자들은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역 개수는 400여 개인데 이 중 자전거 경사로가 설치된 역은 40여 개로 전체 역의 10%에 불과하다.

정경옥 교통안전자전거연구실 연구위원은 "자전거 칸 개방 시간대를 평일로 늘리는 것은 쉽게 결정될 부분이 아니다. 지하철 역마다 혼잡정도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공통적으로 혼잡이 발생하지 않는 시간대를 알아보고 개방 시간을 늘린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사로 설치와 관련해서 정경옥 연구위원은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서 경사로 확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 5호선 자전거 전용칸의 모습[사진=이승구 시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