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점검] ECB, 유로존 25개 은행 ‘불합격’... 남유럽 은행 부실 심각

2014-10-27 13:33

[유럽중앙은행(ECB) ] 스트레스테스트결과 유로존 25개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유로존 25개 은행)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주요은행 130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실시해 26일(현지시간)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130개 은행 중 유로존 25개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는 ECB가 유로존 은행에 대한 감독을 일원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자본부족 은행을 공개해 처방을 내리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노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스트레스테스트 25개 은행 ‘불합격’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밝혀진 자본금 부족 총액은 약 250억 유로(약 34조원)에 달했다. 유로존 은행의 채무문제를 배경으로 한 부실한 경영상황이 또 다시 부각됐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불합격 판정을 받은 유로존 25개 은행 중 12곳은 이미 약 150유로의 증자를 시행했으며 자본부족을 해소한 상태다.

ECB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유로존 25개 은행의 내역은 이탈리아가 9곳, 그리스 3곳, 키프로스 3곳 등으로 남유럽 지역의 금융재생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은행은 보유하던 국채의 가격하락과 회수 불가능한 융자 등이 은행 재무건전성을 크게 압박하고 있었으며 독일과 프랑스의 주요은행은 대부분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CB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지역은 내년 중 유로존에 가입할 예정인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19개국으로, 이 지역에서 영업하는 주요 130개 은행이 보유하는 유가증권, 대출 내용 등을 엄격하게 조사했다.

또 경기가 침체되거나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해도 경영을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2013년 말 자산을 기준으로 점검했다. 이 중에서 5.5%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은행은 ‘건전’ 등급을 매기고, 그 미만인 경우 ‘자본부족’으로 판정했다.

이번 ECB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자본부족 판정을 받은 은행은 11월10일까지 ECB에 대해 증자 등 업무개선계획을 제출해야할 의무가 있다.

유럽지역에서 주요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2010년 이후 총 2회 실시됐으나 ECB가 주도해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과거 조사에서 건전 판정을 받은 벨기에, 프랑스 계열 은행의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로존에서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증가하고 긴축재정에 대한 불만 등으로 그리스에서는 정치 불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불량채권의 증가와 시장 불신 등이 은행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남유럽지역 은행 부실 드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26일 발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남유럽 지역의 은행이 부실하게 운영돼 온 실상이 드러났다.

유럽경제가 급격히 냉각되는 가운데 은행 재생을 위해 ECB는 계속해서 금융완화책을 통해 남유럽 지역 은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ECB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 된 그리스 은행 4곳 중 3곳은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키프로스의 은행은 대부분 불합격, 이탈리아 주요 은행 15곳 중 9개 은행이 자본부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은행들은 이제까지 ‘건전하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해왔으며 그리스의 대부분 은행들도 자기자본비율이 10%가 넘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ECB 스트레스 테스트로 은행 경영의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 경영관리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은행은 내년 7월까지 증자를 마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계획이지만, ECB가 의도한대로 은행들이 완전히 재생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남유럽 지역의 경기는 침체돼 있으며 은행의 수익이 되는 융자는 둔화되고 있다. 최장 4년에 걸쳐 은행들이 ECB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조치를 지난 9월에 도입했으나 각 은행의 신청은 예상을 밑돌고 있다.

또 물가 하락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보다 더욱 대담한 금융완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북유럽지역의 경제는 아직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ECB 스크레스 테스트에서도 건전한 은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경기는 침체되고 있으나 대규모 금융완화가 필요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ECB는 향후 남유럽 지역의 경제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완화책을 내놓을지, 불황을 각오로 개혁을 단행할지 ECB의 선택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