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점검] ① 유럽 디플레이션 공포... 새로운 위기 오나

2014-10-26 15:05

[유럽중앙은행(ECB) ] 유럽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유럽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책을 내놓았지만 개선의 여지는 미미하기만 하다.

ECB가 회사채 매입이라는 추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추가부양 기대감이 최근 유럽증시에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독일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 연내 시행 여부를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유로존은 2008년 미국에서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그리스에서 터진 재정위기에 이어 세 번째 경기침체(트리플딥)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유로존 경제지표 악화..마이너스 성장 우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 나온 경제지표는 이같은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9월 물가상승률은 0.3%를 기록, 5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디플레이션의 문턱 바로 앞에 와 있는 모습이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 1.1%를 기록한 이후 12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은 이미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접어 들었다. 높은 실업률도 유로존 경기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잘 반영하고 있다.

8월 유로존 실업률은 11.5%을 기록하며 두자릿수 실업률을 이어갔다. 이같은 수치는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로 2002년 5.3%까지 급등했던 일본의 실업률 보다도 두배 높은 수치다. 근원 인플레이션도 전년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쳐, 직전월의 0.9% 상승에서 둔화됐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변동성이 높은 비가공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다.

이후 발표된 유로존의 8월 산업생산 지표는 유로존의 위기감을 더 자극했다.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8% 감소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로존의 경제를 견인하던 독일마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독일은 올해 성장률을 1.8%에서 1.2%로, 내년 성장률은 2%에서 1.3%로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0%에 이어 3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ECB는 회사채매입이라는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았지만 내부의 반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독일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ECB와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주요국들의 교착상태가 축 늘어진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각국 정부가 구조개혁과 책임성 있는 재정정책이 수반돼야 (ECB의) 통화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그랜드바겐이 필요하다며 특히 독일이 긴축정책 고삐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급한불 껐지만...프랑스 경제가 뇌관
이런 상황에서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유로존의 10월 제조업 경기는 유로존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던졌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23일 10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전월(50.3)보다 높은 50.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49.9에 그칠 것이라던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PMI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이 경기침체로 빠지는 건 어느 정도는 피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발표된 서비스업 PMI는 전월과 같은 52.4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제조업이 크게 반등하며 침체 우려를 불식시켰다. 독일의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가까이 높은 51.8을 기록, 예상치인 49.5를 크게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경기가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독일의 종합 PMI 예비치는 54.3으로 전월(54.1)보다 0.2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프랑스 경제 상황이 유로존의 뇌관으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3일 낸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 경제를 문세삼았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과 함께 재정위기 극복에 앞장선 '모범국가'였지만 최근 변방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S&P는 당장 이날 나온 지표를 들이댔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이 이날 낸 프랑스의 9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1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를 두루 반영하는 종합 PMI가 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모리츠 크래머 S&P 신용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유로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의 '핵심국' 일부가 재정위기로 한때 궁지에 몰려 유로존 붕괴 위기를 초래한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프랑스 외에 벨기에, 핀란드 등이 위험 국가군에 포함됐다. S&P는 “유로존 경제가 '완강한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경제위기가 새 국면을 맞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