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점검] ② 양적완화로 위기극복?

2014-10-26 15:06

[유럽중앙은행(ECB) ] ECB는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인지에 대해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르면 내년 초에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 21일에는 회사채도 매입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유럽경제의 경기 하락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대응 조치로 ECB 이사회는 물가와 경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양적완화 단행을 논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21일 보도에 유럽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가 한 때 상승했다. ECB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를 매입할 경우 그 자금이 기업으로 유입돼 경기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ECB는 즉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나 ECB 이사회에서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양적완화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효과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ECB가 매입해도 그 자금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기업에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ECB가 결국 양적완화를 단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더 커지면서 유럽 경제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독일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해 ECB는 유럽지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ECB는 유럽 역내 은행 130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시행 중에 있으며 그 결과를 26일(현지시간)에 발표할 예정으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러 관측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포르트갈, 그리스, 키프로스 등의 은행이 2013년 말 시점에서 필요한 자본액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중 최대 10개 은행은 현재도 자본부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2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주요 130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25개 은행이 자본부족을 지적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핌코의 필리프 보드류 재정 분석 글로벌 대표는 130개 은행중 18곳의 소규모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드류 대표는 “어느 방향으로든 마진이 줄어든다면 ECB는 본능적으로 은행에 유리한 대로 방향을 전환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남유럽 지역의 은행재생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스크레스테스트를 통해 ECB가 유로존 은행들의 재생을 위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CB는 은행 재생을 위해서라도 회사채 혹은 국채의 매입이라는 양적완화를 단행해 유럽 경기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ECB 내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국채를 매입할 경우 특정한 국가를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로존을 구성하는 모든 국가가 대상이 된다. 유통량과 경제규모를 고려해 매입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주로 매입하게 될 국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CB 이사회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각국의 이견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금융완화를 주장하는 드라기 총재와 그것을 반대하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가 이사회에서 설전을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WSJ과의 인터뷰에서 ECB의 자산 매입 등이 '위험한 길'을 가려는 것이며 '정치를 볼모로 이같은 일을 하려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최근의 결정들을 통해 ECB 정책이 대출 완화 등의 프로그램에서 양적완화 철학으로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며 통화정책이 유럽 역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 장기간 이 정책이 이어지면 금융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치적 압력으로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 지지를 끌어내려는 데 대해 중앙은행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반대했다.

한편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1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는 은행에 융자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 바이트만 총재는 "금융완화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논의가 너무 부족하다"고 드라기 총재를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드라기 총재와 바이트만 총재의 이견차는 미국식 금융정책의 영향을 받은 현실주의자와 보수적인 독일 사상의 영향을 받은 자의 문화적 마찰 성격도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초점은 유럽 역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독일 정부가 독일연방은행 편에 서서 ECB의 금융완화에 끝까지 반대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