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 가능성' 고위험군 상품 은행 판매 급증
2014-10-26 10:08
은행들이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다며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금 손실을 낸 경험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농협·외환·하나·기업·우리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9월까지 판매한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 상품이 5조32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현재 잔액이 14조8346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 9조5146억원보다 56%나 급증한 수치다. 실제로 A은행은 올해 1~9월 3조원어치를 판매했다. B은행도 1조원이 넘는 주가연계상품을 팔았다.
이들 상품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기초로 해서 만든 상품이다. 한국, 유럽, 중국 등 3개국의 주가지수와 연계된 상품이 대부분이며 이들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예금보다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줄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들 상품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상품을 '중위험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품은 주가가 폭락할 경우 대규모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한국, 유럽, 중국 등의 주가지수가 모두 최고점의 반토막으로 폭락하며 2008년 출시된 주가 연계상품의 70% 이상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냈다.
당시에도 주가 연계상품은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며 약세장의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세계 각국에 불어닥친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최근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못지않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성장률이 급감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각 은행에 주가 연계상품의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고객에게 위험도를 충분히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 발생을 우려해 이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은 증권사와 달리 노인이나 저학력층 등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의 사람이 찾는 곳이어서 판매 상품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주가연계상품은 결코 안전한 상품이 아닌 만큼 판매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