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최악의 스모그 속 국제마라톤 강행…'방독면 마라톤' 오명
2014-10-19 15:22
"목숨 걸고 뛰냐" 비난 목소리도
중국 라디오방송의 인터넷판인 중국광파망(廣播網)은 18일부터 19일 현재까지 베이징의 대부분 지역에 심각한 대기오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대부분 지역에서 300㎍/㎥를 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394㎍/㎥까지 관측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스모그가 심한 지역의 경우는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기준치인 25㎍/㎥의 15~16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19일 극심한 스모그 속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마라톤대회에는 선수와 일반시민 등 3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부 선수들이 마스크나 방독면을 쓴 채 달리는 진풍경을 찍은 사진이 중국 온라인 곳곳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앞서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가 사전에 예보되면서 사실 그 동안 대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베이징 국제마라톤 대회 '친환경 홍보대사'로 선정된 가수 쉬페이(許飛) 역시 언론을 통해 "(스모그 때문에) 현재 마라톤 대회 참가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발전연구기금회 비서장 루만퉁(魯邁通)도 자신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참가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 우시방송국 아나운서 쉬하이타오(許海濤) 역시 웨이보를 통해 "대회 일정을 바꿀수는 없을까? 외국인이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참가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고 대회 개최에 우려를 표시했다. 일각에선 "목숨 걸고 마라톤 하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만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스모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흡연자가 폐암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처럼" 등 마라톤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다.
결국 대회 하루 전인 18일 국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마라톤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스모그로 인해 대회 기권한 사람은 없다"며 예정대로 마라톤 대회를 강행했고, 결국 이번 베이징 국제마라톤행사는 '방독면 마라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한편 수도 베이징은 국제적인 행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월5∼11일) 개최를 앞두고 최근 잇따라 대규모 스모그 현상이 빚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시는 APEC 기간 스모그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달 7∼12일 국가기관 및 교육기관, 사업단위, 사회단체 등에 대해 휴가를 시행하는 한편 일반기업들에 대해서도 휴가시행을 권장키로 했다.
베이징시는 5년간 8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오염유발 업종 공장 이전, 석탄난방 금지, 전기차 보급에 나서는 등 스모그 퇴치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