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지독한 스모그 중국의 특명 "석탄소비를 줄여라"
2014-10-12 13:26
에너지개혁 전문가 저우다디 에너지연구원 부이사장 인터뷰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2012년 말부터 중국을 덮친 지독한 스모그의 악몽은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채 3년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수요가 높아지는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스모그에 대한 공포는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은 대부분의 난방연료로 가공되지 않는 석탄원석을 사용한다.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철강공장, 시멘트공장, 화력발전소가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데 이어 겨울 난방철이 되면 석탄소비가 극에 달한다. 가공되지 않은 석탄은 운송과정에서 분진을 일으키며 열악한 설비는 연소과정에서 대규모의 미세먼지를 생성해낸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대도시들을 덮쳐 중국인민들의 생활과 건강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는데 머물지 않고, 한국 등 주변국을 습격한다. 바람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스모그를 필두로 한 중국의 환경문제는 이미 전세계적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중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인 저우다디(周大地, 68) 중국에너지연구회(CERS) 부이사장은 "중국은 석탄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는 등의 에너지혁명을 진행중"이라며 "2017년부터는 일련의 환경정책들의 효과가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중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인터뷰에서 저우 부이사장은 중국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원인,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에너지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그는 자타공히 중국내 최고의 에너지 전문가로 꼽힌다. 한평생 에너지분야를 연구해온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중국에너지연구회는 1981년 에너지분야 기술진들과 업계인사들이 모여 조직한 학술단체다. 에너지정책과 기술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단체로 꼽힌다. 이사장은 차이숭웨(柴松岳)로 저장성 성장과 국가전력감독관리원회 주석을 지냈었다.
◆에너지사용 증가량 절반이상이 중국
저우 부이사장은 "중국의 에너지소비량은 2001년 15억t(석탄환산량)에서 2013년 37억6000t으로 12년만에 150.66% 증가했다"며 "연간 1억9000만t씩, 연평균 8%씩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이 기간동안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소비량 평균증가율은 1.33%에 불과했다. 전세계 에너지소비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1%가량에서 지난해 22%까지 늘어났다. 2010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국에 올라섰으며, 1인당 에너지소비량 역시 세계평균을 넘어섰다.
2002년에서 2012년까지 중국의 에너지소비증가량은 이 기간동안의 세계 증가량의 무려 58%를 차지했다. 2012년 1차에너지(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가공되지 않은 에너지)소비량은 미국에 비해 7억5000만t(석탄환산량) 많았다.
◆석탄비중 66% 압도적
1980년대 이후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을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에너지수요는 급증했다. 중국에서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자원은 매장량이 많고 채굴이 간편한 석탄이다. 석탄위주의 에너지소비는 막대한 환경문제를 유발시켰다. 저우 부이사장은 "중국의 환경오염은 이미 합리적인 수용능력을 넘어섰고, 더이상 오염되어서는 안될 처지에 몰렸다"며 "오염물질 대규모 배출로 인해 중국의 공기, 수질, 토양은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동안 중국의 석탄은 지속적으로 증산됐으며 석탄소비량이 1차에너지중 비율이 아직도 6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01년 에너지사용량 15억t중 10억t이, 2013년 37억6000t중 24억t가량이 석탄이었다.
석탄은 오염물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그 사용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유로존의 석탄소비 비중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5.6%에 불과하다. 영국은 14.9%, 독일은 24%다. 프랑스의 석탄사용량은 5%선에 불과하며, 반면 원자력에너지 사용비중은 32.5%에 달한다. 저우 부이사장은 "중국에서의 석탄의 소비비중은 무척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에너지소비구조가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혁명’적 에너지 개혁
저우 부이사장은 "중국 당국은 석탄사용비중을 낮추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석탄사용이 많은 공장들을 줄여나가는 한편, 석탄가공기술을 높여 석탄으로 인한 오염물질배출을 감소시키고,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국의 에너지전략의 기본방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최근 에너지발전 전략에 대해 언급하며 에너지소비 분야에 '혁명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시 주석이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함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저우 부이사장은 "이미 장가오리(張高麗)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에너지개혁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금지
그는 "중국에서 에너지분야의 개혁은 환경보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나 건설부문에서도 환경규제가 레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징진지(京津冀, 수도권), 장강삼각주(长三角, 상하이 일대), 주강삼각주(珠三角, 광저우 일대) 등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중국경제가 강도높은 산업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구조조정의 주요타깃은 석탄소비가 많은 철강업, 건설업, 시멘트 및 건자재 등에 집중되어 있다. 저우 부이사장은 "향후 에너지소비량 증가세는 급속히 둔화될 것"이라며 "최근 2년동안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이미 3.9%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원전개발 박차
중국은 올해 러시아와 천연가스 공급협상을 타결짓고, 현재 파이프라인 건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입된 천연가스는 석탄소비를 대체해 나가게 된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 확충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전력연합에 따르면 올해 6월말까지 전국 원전발전용량은 1778만kW로 전년대비 21.7% 늘었다. 발전량역시 16.9% 증가했다. 중국 원전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2015년 말까지 원전발전용량은 4000만kW로 늘어나게 된다. 이후 1800만kW 분량을 더 만들어 2020년이면 5800만kW까지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 계획이 현실화하면 중국은 2020년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중국이 가동하고 있는 원전은 21기로 전체 전력 생산량의 2~3%만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8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는 전체 전력 수요 10억킬로와트 가운데 약 5.8%를 원전으로 충당하게 된다.
◆"중국원전 안전성 세계 최고수준"
저우 이사장은 "중국은 이미 수십년의 원자력 개발역사가 있고 대형 원자력발전소 운영 역시 20여년의 경험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선진 원자력기술을 연구해왔고, 최근에는 AP1000과 EPR 등 최신 3세대 원자로를 도입했으며, 국산화작업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은 전세계 정상급에 올라서 있으며, 운영능력 역시 최고수준"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중국 서부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할 것을 예고했다. 저우 이사장은 "미국에 있는 104곳의 원자력발전소 중 80%이상이 내륙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역시 내륙에 수많은 원전이 건설가동되고 있는 만큼 중국 역시 내륙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를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소개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거울삼아 중국은 대폭 강화된 원전 안전기준을 책정해 놓은 상태고 충분히 안전한 원전을 건설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의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수요가 글로벌 자원가격 폭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세계각국의 우려에 대해 저우 이사장은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글로벌 석유수급상황에 따라 중국은 석유를 증산하고 있으며,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의 산유국들과도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에너지 수입국을 다원화시키고 있으며 수입 에너지 종류 역시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나 동중국에서에도 관련국들과 에너지자원 공동개발을 제안하고 있는 등 평화로운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