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벗기기 현장②] '유자식 상팔자' 편, 가족 같은 분위기? 진짜 가족이 뭉쳤다
2014-10-20 11:17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훈장을 시키려는 우리 아빠를 고발합니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순화동 JTBC 사옥 내 '유자식 상팔자' 세트장은 녹화 1시간 전부터 시끌벅적했다. 녹화를 위해 참석한 출연진 20여 명에 제작진이 더해지니 그럴 만도하다. 인기 프로그램이 그렇듯 출연진들은 어느새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가족이었다.
MC 오현경은 이경실 대기실에서 수다 떨기에 바빴고, 아이들 역시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에 신나 있었다.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방송인 박종진의 모습도 보였다. 첫 출연에 긴장한 듯 진땀을 흘리다가도 딸을 바라보면서 이내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홍서범·조갑경 부부의 딸 석희와 석주는 서로 재잘댔고, 변정수는 석주일의 아들 능준 군에게 안부를 건넸다.
세 MC의 인사로 문을 연 '유자식 상팔자'의 '사춘기 고발 카메라' 코너에서는 김봉곤 훈장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김경민 군이 아버지를 고발했다. 벌써 두 번째 고발이었다. 훈장님의 표정에서 당황함이 묻어났다. 김경민 군은 "내가 훈장이 되기 싫다고 해도 계속 훈장 교육을 시키는 아버지를 고발하려고 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단순히 '유자식 상팔자' 영상을 찍는 줄 알았던 김봉곤 훈장은 뒤늦게 고발 영상임을 알고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봉곤 훈장은 "경민이가 아직 철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경민이의 나이는 어리지 않다. 미래를 걱정하는 아버지를 위해서 아버지의 뜻을 잘 따라야 한다"고 말했지만, 패널 대부분은 경민이에게 힘을 실었다.
아이들 역시 방송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루에 2회분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녹화 시간은 총 8시간. 30분 남짓의 짧은 휴식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4시간 동안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 책임을 갖고 불편한 의자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물을 마시거나 옷을 추스르며 자신의 기회를 천천히 기다렸고, 순서가 오면 또박또박 제 생각을 전했다.
'숨은 조력자'도 있었다. '유자식 상팔자'가 더욱 재미있도록 웃음을 유발하는 방청객이었다. 세트장 뒤 한쪽을 차지한 10여 명의 방청객은 패널들의 말이나 VOD 상황에 따라 박수를 치거나 웃고, 아쉬워했다. 관리자의 신호에 따라 반응했다. 손을 들면 "꺄르륵" 웃고, 손을 빙빙 돌리면 곧바로 "에~이"하고 야유를 보냈다.
녹화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MC들은 인기 요인으로 '소통'을 꼽았다. 강용석은 "부모들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대화가 쉽지는 않다. '유자식 상팔자'가 그런 문제를 대신 풀어 주는 것 같다. 부모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방송에서 다루면 함께 TV를 보는 자녀를 향해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이 부분은 아빠가 잘못한 것 같네'라고 말할 기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오현경 역시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저 정도까지 생각했어?' 싶어 놀라곤 한다"며 "무조건 애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프로그램을 함께 보면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제 딸의 생각도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고마워했다. 손범수는 "부모들이 아이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지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고민은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더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어느새 프로방송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용석이 답한다. "목표랄게 뭐 있나요?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을 꺾고 확실한 동시간대 1위를 하는 것이죠, 하하."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즐겁다면 TV 속 녹화 현장의 유쾌함이 원인이다. 가족들 화기애애한 모습,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출연자들의 끈끈함이 '유자식 상팔자' 현장을 기분 좋게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