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프랑켄슈타인', '박해수 괴물' 탄생
2014-10-15 11:03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서 11월9일까지 공연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1818년에 나온 이 소설은 여전히 질문을 던진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가'.
프랑켄슈타인. 196년전에 태어난 이 괴물은 마치 탄생할 '복제 인간'의 선각자처럼 인간을 향해 질타한다. "나를 왜 만들었냐". 또 요구도 한다. "사랑할 여자를 만들어달라"고.
그 '머리 좀 쓰는 괴물'이 다시돌아왔다. 올 봄엔 국내 뮤지컬계를 휩쓸더니 가을엔 연극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창조주에 대한 증오와 복수는 소설 원작과 뼈대를 같이한다. 뮤지컬에서 식스펙의 몸과 스타일시한 괴물과 달리 이 연극에서는 '바보같은 괴물'이 마음을 적신다.
외로움은 괴로움을 만들고 폭력을 낳는다. 프랑켄슈타인은 점점 '사람같은 괴물'이 되어간다. 사랑받기 원하고 버림받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집착남'으로 변한다. 결핍이 큰 만큼 습득은 빠르다. 밀턴의 '실낙원'을 줄줄 읊고 사랑의 정의를 이야기하며, "생명을 줬으면 영원히 책임지라"면서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창조주에게 따져 묻는다.
이번 무대는 '괴물같은 배우'의 탄생을 알린다. 괴물의 압도적 존재감을 발하는 배우 박해수에 훅 빠진다. 창조주인 빅터 프랑켄슈타인보다 괴물에 더 무게를 실어서인지, 괴물에 의한, 괴물을 위한 무대다. 갓 태어나(?)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상태의 피조물이 어떤 몸짓과 말투를 보였고, 그가 성장하면서 인간의 말과 행동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고안해 내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지가 무대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괴물의 존재감을 더욱 빛내는 무대 미술도 세련됐다. 실험실,시체들, 샹드리에, 의자, 나무등이 모두 하얀 비닐로 칭칭감아 만들어 서늘한 신비함과 기괴스런 느낌을 극대화한다. 이른바 '비닐의 미학'이라고 할 정도다. 온통 하얀무대는 괴물의 차가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며 언뜻 SF같은 긴장감도 전한다.
‘괴물(monster)’을 창조하려 한 게 아니라 천천히 언어, 지능 그리고 도덕성까지 습득하는 살아 숨쉬는 존재를 그리려고 노력했다"는 작가 닉디어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뻔한 내용'이라고 가볍게 왔다가 랩퍼처럼 떠드는 괴물의 논쟁에 자못 철학적이고 진지해질 수 있다. 결국 사랑이야기다. 괴물(피조물)을 이끄는 눈먼 노인 드라쎄처럼 '차별없는 사랑'이 필요한 때다. 공연은 11월9일까지. 3만~6만 원, 17세 이상 관람가. 02-580-1300, 02-766-6007
배우=박해수가 피조물인 괴물 역을, 이율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는다. 눈 먼 노인 드 라쎄 역은 배우 정영주가 연기한다. 정영주는 마담 프랑켄슈타인 역도 같이 맡아 1인2역을 소화한다.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황선화, 안창환, 정승준, 장한얼, 조민정, 이민재, 박도연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