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심층 기획③] (르포)고객도 매장도 불만 폭주,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

2014-10-12 12:06
휴대폰 가입도 판매도 발걸음 '뚝'

[올레KT 직영 대리점 전경, 해당 매장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 #종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무겁고 적막한 분위기였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으며 상담을 받던 몇몇 고객들도 기대보다 훨씬 낮은 보조금 액수에 발길을 돌렸다. 가격 경쟁력을 광고하던 호객 팻말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통화 품질을 강조하는 낯선 문구가 빈 자리를 채웠다.

#올레KT 대리점은 결합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집전화와 인터넷 결합 등 기존 상품들을 알리는 플랜카드까지 매장 입구에 설치됐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낮아진 보조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일선 매장에 집중되고 있어 실적에 쫓긴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객 불만뿐 아니라 일선 매장들의 고충도 늘어나면서 단통법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주말 직전인 지난 10일 직접 찾은 이통3사 직영 대리점의 분위기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매장 방문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은 물론, 간간히 찾아온 손님도 예상보다 낮은 보조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SK텔레콤 매장에 근무하는 강일수(남, 가명)씨는 “홈페이지에 공지된 보조금만 지급된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방문한 고객들이 실망 속에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일부는 대기업이 너무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며 “추후 보조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본 후 구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최신 기종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출고가 95만7000원)를 기준으로 할때 SK텔레콤은 11만1000원, KT 12만2000원, LG유플러스 11만원의 공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마저도 각각 LTE 100, 완전무한 97, LTE 무한대 89.9 등 고액의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사용해야만 지급받을 수 있다. 단말기 최종 가격과 요금제를 감안하면 한달 평균 10만원에 육박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통3사 직영점들은 단말기 판매(신규 및 번호 이동)보다는 결합 상품 쪽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올레KT 매장의 박정아(여, 가명)씨는 “낮은 보조금 때문에 제품 판매가 어려워 인터넷과 집전화를 결합한 상품 등 부가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관심도가 낮아 보조금 인상 등 대안 마련이 절실한 형국”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중고폰 구입 및 중저가 요금제 가입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갤럭시노트4 등 신제품 판매 부진에 따른 반작용일 뿐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게 일선 매장 직원들의 진단이다.

고객이 크게 줄며 대리점 운영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LG유플러스 매장의 유상룡(남, 가명)씨는 “직영점의 경우 최대 15%의 추가 할인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출시된지 오래된 구모델에 적용되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다”며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보니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소비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들 간의 중고폰 직거래와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 해외 공동 직구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단통법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