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디폴트 놓고 ‘중앙정부 VS 지방정부’ 대충돌…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중단 ‘일파만파’

2014-10-08 15:12

박근혜 대통령 [사진='공공누리'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중단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무상보육 예산 가운데 3∼5세 어린이집 보육료의 정부 부담을 촉구하고 나서자 현 정부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충돌하는 모양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시화한 만큼 ‘무상보육’이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화약고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특히 전국 시·군·구 협의회도 이미 지방정부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 향후 지방정부의 복지 디폴트(Default·지금 불능) 선언이 확산될 경우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를 넘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와 지방세 배분 문제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 구조조정 등 예산 개혁 문제로 확전될 수밖에 없어서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급 중단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전쟁’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정부 조직적 움직임에 최경환 “예산편성의무 준수하라” 응수

사건의 발단은 전날(7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들이 2015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언급한 ‘누리과정’은 정부가 취학 전 어린이 보육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다만 서울시 측은 내년도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총재(오른쪽)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거부한 것은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원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료 2조1429억원. 지자체 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교부금 지원이 교육기관에만 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경우 교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린이집과는 달리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유치원은 교부금 지급 대상으로 판단한 것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지자체장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최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섰다. 그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감들을 직접 겨냥, “똑같은 어린이 교육문제를 두고 유치원은 교육부(교육청), 어린이집은 복지부(지자체)로 나뉘어 영역다툼을 벌이던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문제는 지방재정 위기,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초래했나

문제는 누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관할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재정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데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앞서 지난 8월 28일 전국 전국 시·군·구 협의회 소속 266명은 “영유아 보육비, 기초연금 등에 따른 재정 부담 완화를 건의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성명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며 모든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영유아 보육과 기초연금은 국민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국가사무로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데 비용을 지방에 떠남겨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초연금 등으로 복지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4년도 복지예산 증가율(12.6%)은 지방예산 증가율(5.2%)의 2배에 달했다. 

또한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세수는 총 53조7789억원으로,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2년의 지방세수 53조9381억원과 비교하면 1천592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 당시 보편적 복지를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를 방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1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정책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달 21일 보건복지부·식약청 업무보고에선 “국민행복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는 복지와 안전”이라며 “복지란 정부가 책임지고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편적 복지의 국가적 책임을 강조한 박 대통령이 지방정부의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되자 책임을 지자체에 전하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초연금 등 복지 후퇴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정부가 지방정부 위기 타개책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신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