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펀드런 가속… 반년새 최대 유출
2014-09-22 17:00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미국이 출구전략을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에서 펀드런이 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흥국펀드에서 반년 만에 최대 유출이 나타나기도 했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글로벌 신흥국펀드는 17일까지 7거래일 동안 10억9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6개월 남짓(26주) 만에 최대 규모다. 라틴아메리카펀드를 제외한 모든 신흥국펀드가 순유출로 전환됐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펀드로는 돈이 들어오고 있다. 선진국펀드는 같은 기간 66억1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스코트랜드 독립 투표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가 안정적인 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양호한 자금 흐름을 보여 온 신흥아시아펀드도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에서만 4억7700만 달러가 빠져나가 순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한국과 인도가 각각 1억9880만 달러, 3억823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대만(1억2800만달러 유입)을 제외한 신흥아시아펀드에서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흥국펀드도 마찬가지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브릭스펀드에서만 937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일주 동안에만 258억원이 빠졌다. 상품별로는 한국투신운용 '한국투자글로벌이머징증권자투자신탁'에서 1개월 사이 약 70억원이 이탈했다.
수익률도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글로벌 이머징 펀드는 1개월 만에 0.43%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3개월 수익률도 역시 마이너스다. 최근 주간 수익률에서는 1.5% 이상 손실이 났다.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조기 금리인상 우려를 일축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을 남겼다. 스코틀랜드 분리 투표가 부결됐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출구전략으로 신흥국 달러가 회수되면 일부 국가에서는 재정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물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신흥국 투자상품은 대부분 브릭스에 집중돼 있다"며 "러시아는 여전히 안갯 속이고 브라질도 대선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자금 이탈은 일시적이며 추세적인 위험회피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스코틀랜드 독립 행보가 중단됐고 연준 금리인상도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손휘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되레 위험자산 선호도 기대할 만하다"며 "앞으로 자금 이탈은 둔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