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의 ‘옥에 티’, 두 손가락 ‘V 사인’
2014-09-18 00:11
영국·영국연방에선 손등이 상대 향하면 ‘엄청난 욕’…존경받는 세계적 선수 되려면 다른 나라 문화도 알아야
김효주(19·롯데)가 지난주 미국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여자 메이저대회 역대 셋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했다.
더욱 첫날 기록한 10언더파 61타는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역대 18홀 최소타수다. 최종일 최종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메이저대회 7승의 ‘베테랑’ 캐리 웹(40·호주)을 물리친 것은 골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김효주의 프랑스行에는 코치이자 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한연희씨가 동행했다. 한 감독의 딸 지수씨도 현지에 가 김효주의 통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김효주가 대회 때 사진기자나 갤러리들을 향해 한 ‘손가락 V’ 사인이 바로 그것이다.
김효주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으로 ‘V자’를 만든 후 손등이 상대를 향하도록 손을 치켜들었다.
인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어 답례하거나 격려하는 행위는 스포츠선수는 물론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자주 하는 제스처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상대에게 손바닥이 보이게 하느냐, 손등이 보이게 하느냐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V 사인을 할때 상대에게 손바닥이 보이든 손등이 보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영국와 영국연방인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인도 등지에서는 손등이 상대를 향하게끔 V자 사인을 하면 ‘엄청난 욕’으로 간주된다.외설스런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마치 미국에서 가운데손가락을 손등이 상대에게 보이도록 치켜들면 크나큰 모욕(‘Fuck you!’에 버금감)이 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프랑스에서 열려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영국에 인접한 서쪽 지역이나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손등이 상대에게 보이게끔 손가락으로 V 사인을 하면 크나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영국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주경제에 골프칼럼을 기고해온 골프칼럼니스트 조영재씨는 이런 일화를 전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환영객들을 향해 인지와 중지로 V사인을 보냈는데 손등이 환영객들을 향했습니다. 이 사진이 영국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영국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더욱 클린턴 대통령은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습니까. ‘영국에 유학까지 왔다는 일국의 대통령이 영국의 관습이나 문화를 몰라도 저렇게 모를 수가 있나? 영국을 엿먹였다’는 것이었죠."
또다른 사례도 있다.
미국의 유명인사가 영국을 방문, 한 식당에 들어가 맥주를 주문했다고 한다. 이 때 ‘두 잔’을 주문한다고 말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펼쳤는데 하필 인지와 중지였고, 손등이 종업원을 향하게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영국인들이 질겁했고, 그 유명인사가 곤혹스러워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손등이 상대방을 향하도록 하는 손가락 V자 사인은 영국과 영국연방에서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영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영국 문화를 존중하거나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 재임시절 코미디언 박경림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도하 신문에 보도됐다. 사진속의 두 사람 모두 예의 손가락 V자 사인을 하고 있었는데, 손등이 상대방을 향하고 있었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 시정을 하는데 영국 런던시를 벤치마킹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사진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지적하지 않아 넘어가긴 했으나, 영국이나 영연방 사람들이 봤을 경우 그야말로 손가락질을 했을 법하다.
김효주같은 어린 선수가 그런 세세한 문화나 관습까지 알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은 주위 사람이나 골프협회 등에서 가르쳐주어야 한다.
김효주와 우승다툼을 벌인 선수는 호주의 웹이다. 웹이 김효주의 손가락 V사인을 봤더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국 선수들은 골프는 잘 치지만,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서는 정말 무식하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