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산물값 4년래 최저… 국내 펀드 비상

2014-09-14 06:02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미국 농산물값이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관련 펀드에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펀드 수익률이 풍년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초자산인 옥수수와 콩(대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점쳐질 뿐 아니라 달러 강세까지 심화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14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국내 주요 농산물펀드는 11일 기준 6개월 만에 12.44% 손실을 기록했다. 3개월 실적도 마찬가지로 손실이 10.45%에 달했다.

상품별로는 삼성자산운용 '삼성 코덱스 콩 선물(H) 특별자산 상장지수투자신탁'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손실이 6개월 만에 16.96%, 3개월에는 18.14%에 이르렀다. 최근 1개월 동안에는 손실이 6.77%로 줄어들었지만, 연내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12월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12일 기준 부셸(25.4kg)당 1.4% 하락한 3.41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3.3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201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11월분 콩 선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부셸(27.2kg)당 1.2% 하락한 9.81달러로 떨어졌다. 장중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인 9.69달러로 하락하기도 했다.

옥수수 가격이 조만간 3달러 이하, 콩값도 9달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가 최근 올해 농산물 수확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비해 연초만 해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수확량 감소와 가격 급등이 예상됐다. 라니뇨를 비롯한 이상기후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도 여기에 한몫했다.

반면 예상과 달리 최근 수개월 동안 온화한 날씨와 적당한 비가 이어지면서 작황 여건이 개선됐다.

성진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콩 가격만 연초 대비 20%나 하락했다"며 "작황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내림세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논란으로 달러 강세도 심화되고 있다. 성 연구원은 "농산물은 주로 미화로 거래되는데 달러 강세 전망에 농산물값 하락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펀드런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농산물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1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상기후로 가격이 뛸 가능성도 낮아져 농산물펀드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농산물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유지되고 있다. 가격 하락세가 끝없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오 연구원은 "아직 바닥을 점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손실이 난 펀드를 환매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보유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