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변했다. '이 작품이 그 작가?'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바로크 2.0'을 타이틀로 한 작업은 (꽃)구상과 (색면)추상이 반반 섞인 이종교합의 미학을 보인 것과는 달리 이번 작업으로 원과 선의 추상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종철(한양여대 교수·45)작가다.

이른바 '90도의 철학'이라는 개념적인 타이틀이지만 작품은 경쾌하고 가볍다.

 작가는 "90도만 돌려보면 달리보인다"며 캔버스와 형태를 버리고 뺐다.  

“180도로 바라봄은 단절이나 새로운 포맷에 관한 의미라면 90도로 바라봄은 소통, 즉 ‘옆을 보다’라는 의미입니다. 인간만이 가지는 즐거운 유희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는 것 아닐까요?”

균형과 조화가,이해와 소통이 되는 것처럼 화면에서 더한걸 빼자 명확해졌다. 전시장에만 한정됐던 작품은 대형 벽화, 공공조형물로까지 넘볼 기세다.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실제 공간을 위한 90도의 미학을 시도했다. 캔버스 화면 속 90도에서 보이는 호의 형태가 바깥으로 뛰어 나왔다.

 ‘MV90’ 시리즈는 선과 원이 만들어내는 면의 구획 짓기로 구성된다. 이때 선은 90도 직각에서 나올 수 있는 호(弧)의 형태에 바탕을 둔다. 그에게 360도는 완전한 독립, 180도는 등 돌림과 단절을 의미한다. 원은 완전한 형태지만, 폐쇄적이며 모든 것의 흡수다. 불완전한 형태가 아니라 열린 형태로 유기적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상도 사투리를 무뚝뚝하게 뱉어내는 작가는 단순한 작품과 달리 생각이 깊은 듯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 “서양적 철학의 토대 위에 미니멀은 의미 없음의 의미(바니타스)를 추구했다면 동양적 철학 위에 미니멀은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돼가는 지움(무위)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라고 했고 “다분히 불교나 도교 등 종교적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관계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붓질 흔적없이 칠해진 색면에 날렵하게 그어진 선의 리듬은 모르타르(Mortar)로 붙여졌다. 최소한의 두께감과 마티에르의 균형감이 원과 선의 느낌을 무한 확장하는 느낌을 전한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판화과(BFA) 와 동대학원을 졸업(MFA)하고 2001년 호주의 정부장학금을 받아 호주 멜버른에서 유학했다. 1996년 가람화랑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업과 학업을 병행하여 2005년 호주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12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국내외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8-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