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검프린트' 사진작가 김수강 "결혼 출산 이민 타올과 선반에 풀어냈죠"

2014-09-10 11:27
19일부터 공근혜갤러리서 5년만에 개인전

[ Towels 13, 90x 73 cm, Gum Bichromate print 2014 © Sookang KIM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사진작가 김수강의 손을 타기만 하면, 흔해 빠진, 별것아닌,일상속 사물이 정갈하게 빛을낸다.

 검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인화 기법이 기적같은 마법을 부린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전공한 1997∼1998년 뉴욕 유학시절 초기 소금병이나 우산, 휴지걸이 등을 찍다가 계란 껍질이나 양말, 속옷 등을 찍었다. 제목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 시리즈로 이 작품은 미국의 휴스턴 미술관과 덴마크 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2002∼2003년 성곡미술관 개인전에서 단추, 주사위, 줄자 등의 작품을 선보였고 2004∼2005년에는 보자기 연작을, 그 후부터 최근까지는 흑백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흰 그릇 연작을 발표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보자기 연작'이 큰 인기를 얻어 '보자기 작가'로 유명하다.

사진작업이지만 뚝딱 찍어 내놓은 게 아니다. 붓질하는 회화같은 과정을 거친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지만 김수강은 이걸 놓을수 없다. 19세기에 발명된 '검 프린트'를 1996년에 만난 이후 이 기법에 빠져있다. 

"알료가 섞인 감광액을 판화지에 바르고 말리고 자외선으로 노광을 주고 물로 한 시간여의 현상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를 10여 회 정도 반복함으로써 색의 변화를 주고 톤의 밀도를 높여나가는 비교적 많은 시간과 손이 가는 작업이다"

그가 5년만에 여는 전시도 변하지 않았다. '검프린트 기법'을 고수한 작업으로 작가가 5년간 변한 인생이야기를 일상의 사물에 담아 풀어냈다.

오는 19일부터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은 결혼, 출산, 미국 이주 등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인생의 변화를 타올과 선반에 풀어냈다. 'Towels and Shelf' 시리즈 첫 발표다.

작가는 "이 작업들을 하면서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 있었던 단어는 ‘조화와 균형 ‘이었다"고 했다.

"​타월을 고르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그것들 간의 조화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반 위의 아슬아슬한 사물들은 화면 안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양쪽 무게를 딱 맞춘 양팔 저울처럼 온전한 상태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했다."

 '보자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이번  타올Towels 작품들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각 역할들을 조화롭게 일구어 나가는 과정들을 '수건'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Shelf' 시리즈는 2014년 현재, 한국의 30, 40대의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일과 가정, 그리고 육아라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 '균형' 이라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냈다.

 전시에는 수건시리즈와 선반시리즈 두 파트로 나뉘어 총 19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검프린트 인화 작품으로는 불가능 했던 1m 20 cm 에 달하는 대형 사이즈의 작품들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BOOKS, 90x120cm, Gum Bichromate 2012 © Sookang KIM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모든 과정이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검프린트 기법의 아날로그적 특성상 그동안 작품의 사이즈를 키울 수 없었지만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한 결과"다.

빠르고 빠른 디지털 세상,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간의 내공을 좇는 작업을 계속 하는 이유는 뭘까.

"내 작업은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바라봄’으로써 그 존재의 자연스러움과 숭고함을 끌어내고자 함이다. 오랜 시간 찍고 다듬고 손으로 인화하고 그것을 수 차례 반복하는 과정은 사진의 현실성에 회화적 감성을 입히며 호흡하게 한다. 일상 속에서 만난 사물들을 내 프레임 안으로 가져와 보고 다듬는 일들은 항상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사진이면서 회화같은 썸을 타는 작품은 멜랑꼴리(Melancholia)하다. 시간이 선사한 애틋한 어떤 그리움을 전한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02)738-7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