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지하차도 80m동공 흙 유출…어디로 ?

2014-08-17 10:41
조사단 "터널 통해 지상 배출 가능성"
15t 덤프트럭 140대 분량 흙 사라져

[사진= 방송화면 캡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석촌 싱크홀 조사과정에서 80m 길이의 동공이 발견된 가운데 그 공간을 메우던 흙의 유출 경로에 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동공의 크기는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로 서울시가 구성한 조사단 발표에 의하면 동공의 부피가 1400㎥에 달해 15t 덤프터럭 140대 분량의 흙이 있어야 공간을 메울 수 있다.

조사단은 동공 발생의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공사를 지목하며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흙이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흙이 공사중인 터널로 들어간 후 지상으로 배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 공사 과정에서 실드(Shield) 공법으로 터널을 뚫었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와 뒤섞인 흙이 터널 안으로 들어간 후 비정상적으로 유입된 흙이 지상으로 함께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법이다. 굴 표면에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하수와 흙이 침투하게 되고, 주변의 지반도 크게 약해진다.

이 가설의 진위를 확인하려면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때 나오는 흙의 양과 실제 굴착한 흙의 양을 비교해야 하지만 현재 시공사가 작성한 서류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상하수도관에서 누수가 없었기 때문에 흙은 지하철 터널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흙이 사라진 규모와 배출의 경로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흙이 주변에 매설돼 있는 폐관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동공 주변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상하수도관 등의 폐관이 묻혀 있는 것 같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다 폐관이 훼손됐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흙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흙의 이동 경로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며 원인 조사를 위해 석촌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중단시킨 상태다. 시는 현재 아스팔트에서 작은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를 통해 또 다른 동공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는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을 발견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80m길이의 거대 동공을 추가로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