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시대…전환기 맞은 한국 금융산업] (중) 은행업무 넘보는 글로벌 IT업계, 국내는?

2014-08-17 15:13
글로벌 IT업체, 국내 온라인결제 및 은행업 진출 확대
카카오·네이버도 '맞대응'…금융산업 구도 변화 촉각


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국내외 IT업체들이 금융시장을 넘보고 있다. 수억명에 달하는 가입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금융업 진출에 나선 것이다. 현재는 단순히 송금·소액결제 서비스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금융상품까지 판매하게 될 경우 은행은 물론 금융업 전반에 상당한 지형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미국 페이스북·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서서히 금융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지급 결제시장의 경우 이미 글로벌 IT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이베이는 페이팔 서비스로 세계 온라인쇼핑 결제액의 18%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알리바바 역시 알리페이로 중국 전체 모바일 결제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최근 국내시장에도 진출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기존 은행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해 지난 3월 말 현재 8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치 자금만 무려 5000억 위안(67조6000억원)이다. 중국 최대 IT기업인 텐센트는 지난 7월 국영은행과 동일한 업무 취급이 가능한 중국 최초 민영은행인 위뱅크에 대한 설립 허가를 정부로부터 획득했다.

페이스북·구글 등도 금융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유럽에서 전자화폐 교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모바일 결제·금융 서비스 승인을 요청했다. 구글도 2009년 출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구글 월렛을 통해 금융업을 넘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에도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IT기업들도 소액송금 및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금융결제원 및 국내 시중은행들과 손잡고 '카카오 간편결제'와 소액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 카카오'를 준비하고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의 경우 가상 계좌를 통해 50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1일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현금 인출 및 온·오프라인 매장 결제도 가능하다.

LG CNS와의 협력을 통해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 카카오 간편결제도 준비 중이다. 뱅크월렛 카카오의 경우 금융감독원 보안성 심의기준 통과를 마치는 대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뱅크월렛 카카오 앱은 금융결제원 명의로 나올 예정이며, 시중은행들은 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송금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내년부터는 은행별로 각각 수수료를 결정키로 돼 있다"며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당 기관들도 관련 인프라를 확대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수수료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를 통해 소액송금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옐로페이 등 전자지급결제 전문업체와 협력해 밴드 내 회비 결제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IT업체들은 이미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대거 확보한 상황인 만큼 글로벌 IT업체들과의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알리페이 등이 국내에 어떤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전망하기 어렵다"면서도 "카카오의 경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어 플랫폼이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많은 시중은행 또는 결제업체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도 은행이나 카드사, 통신사들이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중화된 서비스는 없는 상황이어서 기존의 신용카드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뱅크월렛 카카오나 간편결제 등이 고객 편의성 또는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뛰어날 수는 있지만 성공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내 IT업체들은 이같은 서비스 출시가 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은 금융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IT업체들이 대규모 가입자를 기반으로 고객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금융 영역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고객의 성향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개발·마케팅에서 기존 금융회사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