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면산 사태' 지자체 책임 첫 인정…"정신적 손해 600만원 배상"
2014-08-13 13:57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법원이 3년 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초구청 직원이 대피 조치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인근 아파트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서초구 책임을 인정했다. 우면산 산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낸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법원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장준현 부장판사)는 13일 우면산 인근 아파트 주민 황모씨 가족이 "산사태로 주거지 파손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와 서울시,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초구가 황씨 가족 3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모두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산사태 당시 아파트 내에 있었던 원고들에 대해서만 서초구의 위자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오전 7시30분쯤에는 산사태 경보를 발령시켜야 함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직접 연락해서 주민들이 대피하도록 지시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초구에서 이같은 조치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집으로 토사류가 들어와 생명·신체 등 현실적 위협을 느꼈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서울시 조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국가나 서울시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각종 공사로 우면산 지반이 약화된 상태여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공사가 이뤄진 지역은 산사태 지역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씨 가족은 산사태 당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 베란다로 흙과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2011년 9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시 충격으로 비가 많이 오면 가슴이 뛰고 머리가 어지럽다"며 위자료와 이사 비용, 수리 비용 등으로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특히 "당시 시간당 최대 100mm의 폭우가 쏟아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산사태는 인재"라며 정부와 서울시, 서초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8명의 사상자를 낸 우면산 사태 이후 피해자들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9건이다.
소송은 2011년부터 제기됐지만 사고원인을 분석한 서울시의 2차 조사보고서를 증거자료로 쓰기 위해 재판 선고가 미뤄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