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약가계부 1년 만에 손볼 처지…복지재원 조달 등 차질 불가피

2014-08-10 13:29
확장적 세입·세출 정책에 연도별 계획 수정 고민
정부 “2017년까지 재원대책 추진 정상적 진행 중”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공약가계부를 1년 만에 수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침체로 확장적 세입·세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원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핵심 공약사항이던 복지 분야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기초연금과 노후생활 보장, 무상보육·무상교육 확대 등 비교적 굵직한 재원확보가 경제활성화에 밀려 힘을 발휘하는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2017년까지 134조8000억원 재원대책을 정리한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경제부흥 33조9000억원(25%), 국민행복 79조3000억원(13%), 문화융성 6조7000억원(5%), 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17조6000억원(13%) 등 4대 국정과제를 추진할 재원 조달 계획과 방안을 담았다.

당시 정부에서는 경제부흥보다 복지를 중심으로 한 국민행복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행복 재원조달 규모가 전체 59%에 달할 정도로 복지는 박근혜 정부의 숙원사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해 저성장 고리를 끊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사고가 겹치며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자 1년 만에 복지 재원 조달을 포기했다. 경제회복으로 중심추가 이동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중심의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경제정책방향과 세법개정안 모두 ‘경제활성화’의 비중을 높였다. 현재로서는 기획재정부의 ‘3대 핵심 업무’로 꼽히는 예산 역시 확장적 거시경제를 위한 재원조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분위기로 인해 복지재원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당장 올해 국민행복 분야에서 조달해야 할 9조6000억원도 목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안팎에서는 경제회복에 집중하는 시점에서 복지재원을 조달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반응이다. 특히 세법까지 경기부양에 집중되고 있어 세입·세출만으로 재원 조달은 쉽지 않다.

정부는 공약가계부에서 134조8000억원 재원 대책으로 세입확충 50조7000억원, 세출절감 84조1000억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세수펑크 10조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출절감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줄어드는 비과세·감면 규모는 당초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줄이기로 계획한 비과세·감면 규모 2조7000억원의 14.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세제 지원이 더 늘어나면서 비과세·감면 규모를 계획대로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공약가계부 상에는 2017년까지 총 18조원을 비과세·감면 축소에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15조3000억원 비과세·감면을 줄이려던 계획은 실제 9000억원 모자란 14조4000억원에 그쳤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비과세 감면의 경우 일몰이 왔을 때 과감히 포기하는게 원칙적으로 맞다”며 “이번 세제 개편에서는 후퇴한 감이 있다. 새 경제팀에서 소비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공약가계부상 재원 조달이 연도별 약간의 변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2017년 목표 재원조달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과세·감면 정비 18조원은 2013년까지 15조3000억원, 2014~2015년에 2조7000억원을 세법 개정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4~2015년 목표 2조7000억원 중 올해 4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2015년까지 차질 없이 조달할 계획”이라며 “공약가계부의 국세수입 확충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