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임병들 욕설 등 가혹행위 못겨뎐 자살한 병사 국가유공자"
2014-08-07 11:12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병영 폭력 실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선임병들의 욕설 등으로 우울증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차우 댇법관)은 2010년 사망한 민모 이병의 유족이 "고인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스무살 되던 2010년 육군에 입대한 민 이병은 자대 배치를 받은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임병들의 암기 강요와 욕설, 질책으로 인한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민 이병은 자대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정서적 불안 상태가 포착됐으나 중대장 등 간부들로부터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했다. 전입 당시 형식적으로 진행한 면담 한 차례가 전부였다.
그러나 민 이병 사망 후 그를 괴롭힌 선임병들은 영창 15일, 휴가제한 5일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민 이병을 방치한 간부들도 근신, 견책, 감봉 등 징계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관할 보훈청이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민 이병은 선임병들의 암기 강요, 욕설, 질책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우울증 증세가 생기고, 부대 간부의 관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며 "직무 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천주교인권위는 "'자해 행위로 인한 경우'를 국가유공자 등록의 예외 사유로 규정했던 국가유공자법이 2011년 9월 개정된 뒤 민 이병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 인권위는 "그동안 군 복무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순직군경으로 예우를 받아야 마땅했지만,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당해왔다"며 "다행히 법 개정에 따라 예외 사유 중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가 삭제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