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재형저축 출시 1주년…인기 '시들'

2014-07-31 16:54
변동금리 상품 이탈 가속화…고정금리 증가폭도 급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출시 1년여를 맞은 고정금리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재형저축(변동금리+고정금리)의 몰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부터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8개 은행은 7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재형저축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3년간 고정금리 후 4년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재형저축이 출시됐으나 '반짝 인기'에 그치자 금융감독원이 저소득 근로계층의 안정적인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7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재형저축을 출시한 것이다.

고정금리 재형저축은 지난해 7월 말 출시 후 지난 6월 말까지 매월 평균 1000건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2만4074좌의 가입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9007좌 이후 지난 1월까지 2만985좌를 기록하며 매월 2000좌 이상의 가입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변동금리 재형저축 계좌는 지난해 7월 말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금리 재형저축은 지난해 3월 출시 첫 달 133만1480좌로 시작해 같은해 7월 말 168만619좌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162만2102좌로 떨어졌으며 지난 6월 말에는 146만9069좌까지 감소했다.

출시 초반 금융소비자들의 기대감과 은행들의 경쟁으로 은행 창구가 북적였던 모습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당시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소득확인증명서 발급을 위해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자들이 몰려 발급이 지연되자 고객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창구 직원이 직접 세무서를 방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정금리 재형저축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상품의 이탈 폭이 커지면서 전체 재형저축 계좌수는 지난해 8월 168만3242좌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 6월 말 기준 149만3143좌를 기록했다. 고정금리 상품 출시로 인한 효과도 지난 2월부터 줄어들었다. 이전까지 매월 2000좌 이상 증가했으나 계좌수 증가폭이 500좌 안팎으로 급감한 것이다.

재형저축 계좌를 해지하는 고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일반 예·적금과의 금리차가 크지 않은 데다 가입기간이 길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1~2%대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7년이라는 가입기간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금융' 상품 이후 대표적으로 실패한 관치금융 상품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일반 예·적금 상품 금리도 갈수록 낮아져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는 재형저축이 유리할 수 있지만 가입기간이 길어 고객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시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가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도 있다"며 "사회초년생 등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 이외에는 계좌를 해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