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50…정치권 선심성 공약에 금융권은 '노심초사'

2024-02-19 15:00
여야, 이자 면제 등 담긴 총선 공약 잇따라 발표
재원 마련 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부담 가중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을 50일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서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조(兆) 단위의 대규모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경쟁적으로 은행 이자 면제, 보증기관 출연금 확대 등이 담긴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고금리 경제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완화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고금리 완화 정책으로 △연 5% 이상 고금리 대출의 금리를 1년간 최대 2%포인트까지 인하하도록 하는 5조원 규모의 은행 공동 '중소기업 전용 금리 인하 특별프로그램' 마련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3조원 규모의 '신속 정상화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11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 정책 공급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 재도입 추진 △예금자 보호 한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원스톱 대환대출시스템'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금리부담 완화를 위한 공약으로 △소상공인 정책자금 2배 이상 확대 △저금리대환대출 예산 확대로 이자감면 혜택 제공 △고금리의 보험약관 대출을 합리적인 가산금리로 전환 △장기·분할대출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정치권이 이 같은 공약을 내놓은 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민간소비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단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은행권이 비용을 부담하거나 은행 수익성을 악화하는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재형저축만 하더라도 일반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역마진 우려를 피할 수 없다. 과도한 고금리를 제공할 경우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거나, 소상공인 대상 보증한도를 더 늘리는 공약도 은행이 출연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이상을 민생금융 지원 방안으로 내놓았는데 다시 대규모 지원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익 감소도 예상돼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서면 이자이익 축소는 불가피하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비이자수익마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선용 공약이 발표되면 금융권에서는 실제 이행되지 않더라도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50일 앞두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