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보수표 결집…민심, 야권 연대에 레드카드
2014-07-31 00:01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7·30 재·보선 막판 결집한 보수표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선거를 뒤흔들었다. 보수표 결집이 재·보선 최대 변수가 된 것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던 범 보수진영과 범 진보진영의 대결에서 보수가 진보를 압도하면서 새누리당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 지역을 비롯해 전체 15곳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민심은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야권 연대에 레드카드를 내리면서 범야권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는 민심이 심판론이 아닌 국정 안정론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초반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극에 따른 ‘정권 심판론’이 정국을 뜨겁게 달궜으나,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밖에 안된 데다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와 규제 개혁 등 경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분석된다.
당초 수도권 전패 위기에 처했던 집권여당이 선거 막판 돌발 변수로 등장한 ‘야권 연대’와 ‘국정 뒷받침론’에 따른 보수표 결집으로 재·보선 최종 승자가 됐다는 얘기다.
호남 4석 석권을 목표로 한 새정치연합은 야권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바람에 흔들린 데다 수도권·충청권 3곳 이상을 승리하지 못하면서 중부권 벨트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과정에서 촉발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전횡 논란과 리더십 부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야권 연대에 따른 보수표 결집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 손학규 후보마저 침몰했다.
민심의 변화는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동작을과 수원을(권선)과 수원 병(팔달) 등 수도권 지역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야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앞섰던 동작을 지역 등에서 패배를 맛봤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승리한 동작을 지역의 지방선거 표심은 박 시장 57.89%,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 41.35%였다. 재·보선 초반 새누리당이 동작을 지역을 ‘열세’로 분류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는 나 후보를 전면에 내세운 새누리당은 야권 연대로 정면 돌파에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바람을 단숨에 제압했다.
인물론을 앞세운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이 ‘연대’와 ‘반 박근혜’ 등 식상한 프레임으로 맞선 범야권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수성 프레임이 진보진영의 심판론을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승부처 ‘수원 을·병·정’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6·4 수원시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당시 염태영 후보는 을에서 57.01%를 기록했다. 병과 정 지역에서도 55.55%와 63.81%로 여권 후보를 제압했다. 동작과 수원 지역이 애초부터 이기기 힘든 곳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래 선거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충청권’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했다는 점이다.
선거 초반부터 △대전 대덕 △충북 충주 △충남 서산·태안 등 충청 3곳에서 여권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야권은 충청권 집중 유세를 실기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완패 이후 충청권 3곳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중요했다”면서 “원래 3곳 모두 새누리당 지역구에서 승리함에 따라 충청권 민심 회복에 대한 재평가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 여야는 미니 총선인 7·30 재·보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의 인물론과 국정 안정론이 범야권의 연대 프레임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프레임의 새 판짜기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