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최저 판매가 길 열린다…무한경쟁시대 돌입

2014-07-17 15:49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업결합 신고의무 완화,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 등 포함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앞으로 제조사가 유통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경우 가격 하한선을 제조사에서 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자산이 소규모인 회사 계열사 간 합병 등 일부 기업 결합은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18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일괄적으로 금지해온 ‘최저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를 서비스 개선 등 소비자 이득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최저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는 상품 제조사가 상품 가격을 정해 유통사가 그 이하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인 대형마트에 A 상품을 공급하면서 ‘1만원 이하로는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면 최저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에 해당해 위법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행위가 일부 허용되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폐해보다 더 크다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땐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기업 결합 신고 의무와 대기업 집단 소규모 비상장사 공시 의무 등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기업 결합 시 3분의 1 미만 임원 겸임, 자산 총액 또는 매출액이 2조 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 계열사 간 인수합병(M&A), 단순 투자 또는 특정 분야 투자 사업 영위 회사, 사모 투자 전문회사(PEF) 설립 등 경쟁 제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소속 소규모 비상장 회사는 공시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소규모 기준은 시행령에 규정될 예정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총수 일가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회사는 공시 의무를 그대로 유지하고 공시 의무가 면제되는 회사는 공시 대신 연 1회 감사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소규모 비상장 회사 공시 의무는 완화되는 한편 기업 집단 현황 공시 항목에 지주회사 소유 지배구조 현황과 금융·보험사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가 추가되는 등 대기업 집단 공시는 일부 강화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부담이 과도한 공시 의무는 완화하되 시장 감시 기능이 필요한 사항은 공시 의무를 강화해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점진적 소유 구조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조사 과정과 심의 과정에서 의견제출권·진술권 등이 보장되는 것을 명시하는 등 피심인 방어권을 강화하고 사건 처리 절차를 법제화 했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금융·보험 손자 회사를 지배하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 과징금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에 참여한 사업자에 대한 정액 과징금 한도를 10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