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격전지②-수원병] “미워도 김용남 VS 그래도 손학규”…수도권 최대 승부처

2014-07-16 16:47
정당과 인물론으로 여야 후보 팽팽한 접전

7·30 재·보선 수원병에 나선 새누리당 김용남,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 [사진=김용남, 손학규 홈페이지 ]


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여기는 새누리당이야. 누가 뭐래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 VS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너무 오래했잖아. 이쪽저쪽 번갈아 가면서 해야지 변화가 있지.”

7·30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16일, 수도권 판세의 분수령인 경기 수원병(팔달)의 선거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팔달문 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도 예측불허, 그 자체였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수원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야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인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의 양자 구도. 이밖에 통합진보당 임미숙·정의당 이정미·무소속 강방원·이계종 후보가 나서지만, 인지도에서 열세다.

수원병 지역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리지만, 누가 다윗이고 골리앗인지는 불분명하다. 이 지역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선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이 1992년 3·24 총선 때 당선된 이래 22년간 새누리당이 사수한 여권의 텃밭이다.

1998년 7·2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남경필 지사는 수원병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6·4 지방선거 당시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 “선거사무소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 캠프 [사진=아주경제 DB]


하지만 인물의 브랜드 파워 면에선 손학규 후보가 우세하다. 경기도 지사(민선 31대)를 지내면서 ‘토박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등 인지도에선 타의 추종의 불허한다. 정당 구도에선 김 후보, 인물 구도에선 손 후보가 각각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판세도 초박빙 구도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10~15일 수원병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후보(36.1%)와 손학규 후보(34.7%)는 초박빙 구도를 보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재·보선 특성상 조직력이 중요하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조직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라며 “반면 야권은 다자 구도와 공천 파동 등으로 지지층이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지도에서 열세인 김용남 후보는 이날 지상전 대신 ‘공중전’을 택했다. 그는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이름을 파는 정치꾼은 퇴출돼야 한다”고 손학규 후보에게 파상공세를 폈다.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캠프 내부 [사진=아주경제 DB]


이에 새정치연합 김영근 수석부대변인은 “김용남 후보는 2012년 총선 때 수원갑(장안), 6·4 지방선거 때 수원시장 경선 후보에 나서더니, 수원병 재보궐 선거지역으로 확정되자 바로 선거에 뛰어들었다”며 “‘불나방 후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손학규 캠프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수원갑에 지역구를 둔 이찬열 의원을 거론하며 “아들(이찬열)한테 패하자 아버지(손학규)에게 분풀이하는 꼴”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정치다. 민생에 답하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손학규 후보는 이날 팔달구 권선로 대우푸르지오 인근에서 출근인사를 한 뒤 한 라디오에 출연해 외지인 비판과 관련, “수원 팔달에서 도지사하면서 4년을 살았다”며 “융합기술원과 광교신도시도 만들었다. 수원 시민들은 저를 외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눈여겨 볼 대목은 수원병의 지역적 특성이다. 

2000∼2012년 총선에서 남경필 지사는 ‘48.9%→49.%→64.1%→5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강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와 여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혼재돼 있다는 얘기다.

팔달문 시장에선 만난 이순례(60·여)씨는 “경제가 어려워도, 정치인이 미워도 새누리당”이라고 한 반면 김종문(45·남)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선 큰 인물이 낫다”고 엇갈린 표심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야권 지지자는 ‘그래도 새정치연합’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