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등용의 스포츠 핫있슈] 브라질의 ‘미네이랑 참사’ 수니가의 잘못일까

2014-07-11 08:44

네이마르에 니킥하는 수니가[사진출처=수니가 페이스북]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연일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후안 카밀로 수니가다.

7월 9일(한국시간), 세계축구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만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한 것. 브라질 국민들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한 ‘마라카낭의 비극’의 재현이라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감은 수니가에게로 향했다. 수니가는 8강전에서 브라질 슈퍼스타 네이마르의 허리를 가격해 4강 독일전 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브라질 마피아 조직 PCC는 지난 6일 네이마르에게 가해진 수니가의 행동은 용서되지 않는 만행이라며 그의 목에 현상금까지 내걸며 수니가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 수니가의 집 주소는 물론 그의 가족 신상까지 모두 공개된 상태다.

브라질의 1-7 역사적인 대패는 정말로 네이마르의 부재에서 비롯됐을까. 만약 네이마르가 돌아왔다면 ‘미네이랑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독일 수비진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브라질과의 4강전 전까지 치른 5경기에서 허용한 골은 단 3골에 불과하다. 이 중 무실점 경기만 3경기인데 그 상대국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조별예선에서 막강 화력을 자랑한 프랑스가 포함돼 있었다.

독일 수비진 면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위력이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수비수 제롬 보아탱,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모두 FC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왔다. 지난 시즌 팀의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 기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네이마르가 있었다고 해도 독일과의 맞대결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브라질 대패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바로 티아고 실바(PSG)의 부재다.

실바는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이자 수비의 핵이다. 수비력뿐만 아니라 패싱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수의 세계적인 클럽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선수다. 기복이 심한 수비진 파트너 다비드 루이스가 이번 대회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던 데에도 그의 공이 컸다. 실제로 독일과의 4강전 전까지 치른 5경기에서 허용한 골수는 총 4골로 경기당 0.8골에 불과했다. 그동안 내줬던 골 보다 많은 7골을 독일과의 한 경기에서 얻어맞은 것이다.

브라질과 독일의 4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미네이랑 경기장은 침통함에 빠졌다. 선수와 관중 모두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서 눈물을 흘렸다. 패배의 원흉으로 꼽힌 다비드 루이스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브라질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며 “정말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최소한 축구에서만큼은 온 나라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 것”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쉬움이 남겠지만 브라질의 꿈은 끝났다. 수니가를 협박한다고 해서 월드컵 우승을 이룰 수도 없고, 설령 그렇게 해서 이룬다고 해도 그것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브라질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아있는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으로 임하는 것이 브라질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