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중진 배제론 뚫고 출격…정치적 명운건 한판 승부

2014-07-10 17:30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 [사진=손학규 상임고문 측 제공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당내 중진 차출 배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7·30 재·보선 수원병(팔달)에 출격, 정치적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손 고문은 10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로 땀 흘렸던 수원은 제 마음속의 영원한 자랑”이라며 “수원의 자존심으로 팔달에서 민생을 제대로 돌보는 정치를 열어나가겠다”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수원병 지역은 새누리당 김용남 변호사, 손 고문,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 간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손 고문의 등장으로 수원병은 야권연대 없이도 손 고문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관전 포인트는 사실상 ‘손학규 선거판’이 된 이번 재·보선의 성적표다. 전국 15곳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 동작을과 경기 을·병·정, 평택을, 김포 등 6곳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부적으로 수도권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박원순(서울시장) 현상’과 ‘손학규 바람’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서울, 손 고문이 수원 병에서 바람을 일으켜준다면 야풍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선거 방정식이 적중할 경우, 손 고문은 야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경우 2011년 4·27 재·보선 분당을에서 승리한 직후 불기 시작한 ‘손학규 대망론’이 떠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과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심 투어에 나선 손 고문은 이후 재·보선 때마다 구원투수를 자임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당을 구해냈다.

급기야 그는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야권의 사지로 불린 분당을에서 큰인물론을 앞세워 승리를 쟁취했다. 당시 재·보선 직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손 고문은 14.3%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올드보이’ 딱지로 재·보선에 등판조차 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하면, 손 고문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절묘한 무승부를 이룬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국면으로 접어들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신주류를 중심으로 신진 등용론을 주장했다. 공천 과정에서 신진 등용론과 중진 차출론이 맞붙은 까닭도 이런 맥락이다.

변수는 손 고문으로 대표되는 야권의 인물론이 당의 공천 파동을 얼마나 상쇄시킬 수 있느냐와 야권연대 여부다.

전략 없는 전략공천으로 비판을 받은 새정치연합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광산을)에 대한 전략공천을 단행한 이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수사과장 전략공천에 대해 “호남을 넘어 대한민국 민심을 짓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하며 야권 갈라치기에 나섰다.

손 고문은 기자회견 이후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공천과 관련해 “이번 공천과정이 여든 야든 혼란과 혼돈 속에서 이뤄졌다”며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만큼 당이 공천 파동에 따른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손 고문은 수도권에 미칠 파장과 관련해선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손 고문은 야권연대에 대해 “맹목적 단일화와 연대는 그 자체로서 정치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줄 수 있다”며 “단순히 이기기 위한 연대나 단일화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의당이 노회찬 전 대표(동작을)와 천호선 대표(수원정) 등 당내 간판급 스타를 내면서 야권연대가 선거 변수로 급부상한 가운데 손 고문이 어떤 해법을 내놓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