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방안] 기대보다 우려가 큰 개혁안…금융권 곳곳 '한숨'(종합)

2014-07-10 16:32

아주경제 장슬기·양종곤·문지훈·류태웅 기자 = 금융위원회가 10일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 방안'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도 다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혁안을 통해 금융권 전반이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잔존했던 비상식적인 규제들이 이제 겨우 정상화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혁안에 포함된 금융지주 및 은행권 규제개혁 방안으로는 계열사 간 복합점포 활성화와 해외진출 금융사에 해외현지법을 허용하는 유니버셜 뱅킹 허용 등이 꼽힌다. 특히 은행권 판매채널·신규업무 확대, 영업활동 규제 개선에 대해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상당히 진일보한 방안"이라며 "절차·편의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악한 경영환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만한 방안이 담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기대한 개혁안의 핵심 중 하나는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기느냐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상품이나 서비스 측면의 개혁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재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검토'가 아닌 '확정안'이 발표됐어야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세제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이번 정부 내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비정상적이었던 금융규제가 정상화됐지만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권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한 방안은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배구조나 인사권 등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개혁 없이 지엽적인 개선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채널·신규업무·영업활동 규제 등은 말도 안되는 규제였다"며 "이제야 겨우 정상화된 것으로, 비합리적이던 규제들을 원위치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나 내부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나 규제 등에 대한 통제들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낙하산 인사나 '관피아'처럼 금융사 지배구조나 인사·경영자율성에 대한 침해 등 고위층으로부터 나오는 규제의 실체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의지표명 등의 선언이라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험, 카드업계 등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 완화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의 가격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부수업무 네거티브 전환이 숙원 사업이었던 카드업계는 정작 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렇다보니 제2금융권은 핵심이 빠진 개혁안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의 부수업무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는데, 수익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카드업계만 제외돼 아쉽다"며 "이외에 신용카드 발급 기준, 카드 포인트 사용 기준 등에 대한 완화는 규제 개혁이라기 보다는 소비자 편의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크게 긍정적 영향을 받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 대한 개혁안은 대부분 대형 증권사 위주 정책으로, 중·소형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업무 인가 등록체계 간소화나 업무 인가 유지요건 완화 모두 증권업권 공동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소형 증권사 맞춤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업권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취지가 자본시장에 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며 "은행은 신탁업부터 장내파생상품시장 진출까지 자본시장 고유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이는 증권사를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