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시진핑과 박근혜의 외교력

2014-07-07 03:00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제2차 세계대전후 신생독립국이던 대한민국은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발전해왔다.

22년전까지 중국은 적성국이었고 일본과는 국력·외교력에서 언감생심 견줄바가 못됐다. 

우리는 그저 식민지 수탈과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어떻게 일으킬지 골몰하며 지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2014년 7월의 동북아 정세는 69년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전통의 혈맹인 미국과 인접한 일본, 화전양면술을 즐기는 북한, 남북의 대립을 이웃집 두형제가 다투는 격으로 생각하는 중국, 이 무대에서 소외 될 것을 우려하는 러시아까지 세계 초강대국들 모두가 "한국의 다음 카드는 뭘까"하고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마치 명·청나라 교체기의 조선 광해군이나 구한말 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열강의 각축구도가 재연되는 느낌마저 든다.

한국은 기존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일본의 과거사 부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등으로 균열이 생긴 가운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하고 기존 동맹들과 조화시켜 나가야할지 중대한 외교력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국으로 자리잡았다.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이 누리는 전통적 동맹의 영역까지 넘보는 상황이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졌다.

시 주석의 방한은 그래서 단순히 한중관계의 격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초강대국들이 사활을 걸고 펼치는 외교무대의 한 가운데로 더욱 깊숙히 끌려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중이 밀착하는것을 지켜보는 미국과 일본의 시선이 날카로워질수록 우리 외교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위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진 '외교 고차방정식'을 풀어야한다. 

실마리를 쥔 우리 정부가 한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실리외교를 펼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