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골든브릿지증권 문구상 "금융위 소형사 죽이기가 창조금융?"

2014-07-07 10:20

[사진= 문구상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사장]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 "소형 증권사를 죽여 대형사를 살려야 자본시장이 살아나나요. 금융위원회에 아무리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어요. 이미 정해진 정책 방향을 모르느냐며 되레 핀잔만 듣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하면서 창조경제를 화두로 던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창조금융으로 거들었다. 금융위는 창업 초기 회사를 돕는다면서 모험투자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이런 회사가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문구상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사장은 업계 소형사 연대를 만들 생각이다. 소형 증권사는 금융위ㆍ금융감독원에서 건전성 기준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대형사 위주로 고치는 바람에 벼랑 끝에 몰렸다. 아주경제는 7일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본사에서 문 사장을 만나 대형사 위주 정책에 대한 입장, 대책을 들었다.

◆"증권업도 대중소사 공생 가능해야"

"대기업만 살아남는, 중소기업은 공생할 수 없는 산업은 더 이상 산업이 아닙니다. 금융투자산업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는 거죠."

벼랑 끝에 몰린 대다수 소형사가 생존을 위해 쥐어짜낸 대책은 연대다. 일단 뭉쳐서 몸집을 키운다는 것이다. 문 사장이 매물로 나온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대형사 위주로 독과점체제를 만들어 증권업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다. 소형사는 퇴출 대상일 뿐인 것이다.

"요즘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안 좋아요. 박근혜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을 강조해왔지만, 현실은 반대잖아요. 소형사가 증권업계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말은 구멍가게가 유통업을 망친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어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대형사에서는 외면하는 영세업체를 위해 고철펀드나 주유소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중소기업 파루가 소액 유상증자를 할 때도 주간사로 나서 도왔다. 이 역시 대형사는 돈이 안 돼 꺼리는 일이다.

문 사장은 "다른 업종처럼 증권업도 소형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있다"며 "소형사를 모두 퇴출하면 대형사가 꺼리는 영세기업은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퇴출 기준이 회사 크기가 아니라 실제 경쟁력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문 사장은 "금융위는 회사 덩치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 NCR을 좌우하도록 바꿨다"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소형사 가운데 맏형 격이지만, 당국은 NCR을 개선한다면서 개최한 간담회에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존 위한 소형사 연대 만들 것"

"정부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소형사에 가만히 있으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그냥 망할 수밖에 없어요. 소형사에서도 수많은 직원이 일합니다. 출구전략도 없이 무조건 문을 닫으라는데 소형사끼리 뭉칠 수밖에 없죠."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얼마 전 만들어진 한국거래소 주주협의회에서 소형사 대표를 맡았다. 소형사 연대를 이끄는 좌장인 셈이다. 문 사장은 "아이엠투자증권을 사기 위한 돈은 사내 여유자금, 해외 펀딩으로 조달할 계획"이라며 "수익을 내기 위한 인수가 아니라, 소형사도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아이엠투자증권뿐 아니라 다른 3~4개 소형사와도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지분을 서로 나누는 식으로 독립경영을 유지하면서 뭉친다는 생각이다. 문 사장은 "증권사도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며 "전화기 안에 수많은 앱이 있듯이 증권사 직원도 앱처럼 일을 하고, 회사는 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형사 연대가 구상대로 이뤄진다면 합병 이후에도 각사 직원이 자기 책임 아래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사장은 올해 회사가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1년 7개월에 걸친 노사 대립을 거치면서 급여를 비롯한 비용을 크게 합리화했다"며 "예년에는 못 미치겠지만, 올해부터는 수익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손실 64억원, 당기순손실 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유상감자 실시가 결정되고 7개월간 주식시장 거래가 정지됐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올해 1월 20일 거래가 재개되며 현재까지 주가가 약 30%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