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AI 허브' 꿈꾸는 UAE…TSMC·삼성도 공장 건설 고려
2024-09-23 15:02
133조원 규모...UAE 국부 펀드가 지원
논의 초기 단계...기술적 장벽 등으로 성사 불투명
UAE, 경제 다각화 위해 AI 개발에 자금 쏟아붓는 중
논의 초기 단계...기술적 장벽 등으로 성사 불투명
UAE, 경제 다각화 위해 AI 개발에 자금 쏟아붓는 중
세계 1·2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현지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AI 산업을 경제 다각화의 핵심으로 삼은 UAE의 전략과 파운드리 산업에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는 삼성전자의 계산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TSMC 고위 경영진이 최근 UAE를 방문해 현지에 자국 내 최대·최첨단 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파운드리 단지를 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UAE 내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현지를 방문했다. WSJ는 이에 대해 "더 커진 UAE의 '기술 야망'과 AI 열풍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자금을 투입하려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 규모는 총 1000억 달러(약 13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로젝트 자금은 UAE가 자국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이 초기 논의 과정에서 검토됐다. 다만 아직 초기 논의 단계로 여러 걸림돌이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UAE는 반도체 공급망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국 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기업들의 본거지인 한국과 대만 등과도 멀리 있어 기술 인력을 파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이 이를 달갑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은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하고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써왔다. 그런데 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이 UAE에 공장을 세우게 되면 UAE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시행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 통제의 ‘구멍’이 될 우려도 있다.
이 와중에 타이페이타임스, 자유재경 등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TSMC는 이날 WSJ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현재 기존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고, 신규 해외 투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UAE 투자설을 부인했다.
AI에 '오일머니' 쏟아붓는 UAE
그럼에도 TSMC·삼성과의 논의는 UAE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AI를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UAE는 2031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AI 전략을 세우고,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UAE의 반도체 투자는 무바달라가 주도한다. 무바달라는 투자자산 규모가 300억 달러(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대형 국부펀드다. 무바달라는 오픈AI의 경쟁사 앤스로픽에도 투자하는 등 지난 4년간 8건의 AI 관련 투자를 성사시켰다. 올해 2월엔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에 UAE를 필두로 한 투자자들이 최대 7조 달러의 거대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무바달라는 지난 3월에는 현지 AI 기업 G42와 함께 기술투자사인 MGX를 설립했다. MGX는 챗GPT 운영사인 오픈AI의 115억 달러(약 15조36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 중 한 곳이다. MGX는 최근 데이터센터 등 투자를 위해 최대 1000억 달러 자금 조달을 목표로 마이크로소프트(MS), 블랙록,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IP)와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TSMC와 삼성의 반도체 공장 유치까지 성공한다면 UAE는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핵심 AI·반도체 공급망을 전부 손에 넣게 된다. 무바달라 대변인은 "국영기업 MGX가 반도체 제조를 전략의 기둥으로 삼았으며 세계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일머니를 통한 AI 및 반도체 허브의 꿈을 그리고 있는 것은 UAE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 역시 석유 의존 일변도의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자 오일머니를 활용해 AI 및 반도체 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CNBC는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