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중국을 보다] 명품가방만 짝퉁? 한류도 베끼기 몸살

2014-06-25 14:53

[사진=아이돌 걸스, 오케이 뱅, 결승단]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짝퉁은 명품가방이나 시계를 비슷하게 만들어 파는 수준에서 먹을거리, 화장품, 약까지 진화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짝퉁 시장이 가장 성행하는 중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퇴치를 위해 고전하고 있다.

짝퉁의 범위는 이제 콘텐츠로도 확산해 한류까지 침범했다. 아이돌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중국의 '아이돌 걸스'는 소녀시대를 모방한 9인조 걸그룹으로 '소원을 말해봐'의 밀리터리 의상을 똑같이 입고 등장해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빅뱅을 모방한 '오케이 뱅(OK Bang)'이라는 아이돌도 등장했다. 이름부터 비슷한 이들은 다섯 멤버의 외모부터 빅뱅의 '마지막 인사'의 멜로디, 추임새까지 비슷하게 따라 해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외에도 중국 슈퍼보이(그룹 슈퍼주니어), 결승단(그룹 B1A4) 등 한국 아이돌을 모방한 그룹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가요계만 짝퉁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제목도 부끄러운 짜깁기 영화가 중국에서 크랭크인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을 섞은 '별에서 온 상속자들'로 중국 내부에서도 석연치 않은 반응이다.

그러나 감독인 린샤오신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판에 들어와 몇십 년간 무명이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순식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고 오히려 반색했다.

짝퉁 한류는 중국뿐 아니라 태국, 캄보디아, 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음에도 막상 창작자들은 크게 대응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마다 사업체계가 다르고 외국 저작물을 보호해주는 법이 없기 때문. 또 권리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도용했는지 현실적으로 밝히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06년부터 일찍이 북경에 해외사무소를 짓고 매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우리가 저작자에게 (저작권) 보호를 강요할 수는 없으나 방관할 수도 없기에 숨어서 지원하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콘텐츠 보호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저작권 인식 부족에 따른 유통구조의 장벽은 중국 시장 진출을 어둡게 하고 있다. 또한 한류 인식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

그럼에도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 콘텐츠 규모는 141조원(2012년 말 기준·미래창조과학부)으로 세계 2~3위를 자랑한다. 한류가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치호 교수는 "문화 콘텐츠 도용은 당분간 있을 전망이나 이를 겁먹고 뒤처지는 건 발전 가능성을 닫아놓는 꼴"이라며 "할리우드 역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수익을 창출하고 콘텐츠를 발전해 나간다. 중국은 우리에게 큰 기회이기에 자유무역협정(FTA) 등 법적 대응과 함께 사업적 규모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