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 ‘꽌시’의 진정한 의미(2)
2014-06-12 15:56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귐은 순수한 것으로 시작해야 오래간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불경한 발상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귐이 오래 가다 보면 상대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자발적인 우정으로 도와주는 경지에 이르러야 진정한 꽌시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면 우선 꺼릴 것이 없다. 숨길 것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으니 자연스러운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 도둑놈도 도둑놈을 싫어한다고 한다. 상대가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귐을 가지려고 하는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귐은 순수한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 칭찬하라
사람은 칭찬 듣기를 지극히 좋아한다.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던가? 칭찬을 하더라도 무턱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체 있는 사실을 끌어내어 진심으로 칭찬 할 때만이 상대가 좋아한다. 현대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칭찬 받기만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칭찬을 받지 못한 만남은 헤어지고 나서 별 의미 없었던 만남으로 생각한다. 당연히 칭찬을 듣지 못한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고, 칭찬을 잘하는 사람과는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
칭찬은 사람을 사귀거나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본기이다. 항상 대화 중에 상대의 뛰어난 점을 캐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술
어떤 사람을 만나면 처음부터 대화를 송두리째 지배하는 사람이 있다. 결례중의 결례에 속한다. 대화란 상대방과의 인격적 만남인데, 일방적으로 자기말 만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말이 많으면 쓸모 있는 말이 적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리고 실수를 자주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대화를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맞장구는 대화를 더욱 신나게 하는 추임새가 된다.
필자는 최근 중국북경에 중국최대의 양로원을 건설한 중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은퇴 후 노인의 생활에 대한 조사를 자주 하는 편이다. 한국의 경우 고급양로원에 들어올 정도이면 자산은 일생동안 써도 충분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외로움을 많이 탄다. 돈은 많은데 친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들도 있지만 그들의 관심은 부모가 가진 재산에 더 많은 생각을 품고 있다고 한다.
고급양로원에 가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전문직업인이 있다. 순전히 상대와 대화를 나누며 긍정적인 응대를 하는 것 만으로 노인들은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방을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의 평가도 청소의 수준이 아니라 노인들과 접촉하면서 나누는 대화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니, 남의 말을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만하다.
양로원에서 가령 돈번 이야기를 하면,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동문서답이 이어지고 대화는 단절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고급양로원에 가서는 돈 이야기를 하지 말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표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최고의 사람으로 평가 받을수 있다.
◆ 이름은 중요한 것이다. 한번 만나면 반드시 기억하라.
필자가 아는 분 중에서 한국의 이수성 전총리는 이름을 기억하는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분이다. 이 전총리는 두 번째 만날 때 이름을 불러 주면서 악수를 청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전직 총리 같은 유명인사가 자기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한다.
먼저 놀라고 인간으로서 대접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전총리에게 언젠가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특별한 훈련이나 노력을 하시냐고 한번 물어보았다. 대답은 노! 였다. 상대의 인격과 이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들으면 대개 기억하신다고 한다.
악수하면서 이름을 한번 듣거나 명함을 교환하여도 몇 분 지나지 않아 잃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날 조용히 받은 명함이나 들은 이름을 정리하여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야말로 인격을 인정해주는 지름길이다. 한 집에 같이 사는 부인 일지라도 이름을 불러주면 대개 좋아한다. 누구 엄마가 아닌 한 인격체로 인정 받기 때문이리라.
◆ 작은 부탁에도 성의를 가지고 처리해 주어라.
중국에 살다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부탁을 하게 마련이다. 작은 부탁이라고 하여 귀찮게 생각하면 사람을 사귀는 기본을 모르는 사람이다. 상대와 접촉할수 있는 기회 하나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성의를 다하여 도와주는 자세가 인맥을 구축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작은 부탁일지라도 성의를 다하면 반드시 진심이 전달된다.작은 일도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이 큰일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국인들이다.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여행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게다가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은 중국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한국의 성형기술은 중국의 젊은여성 이라면 한번쯤 한국인 의사로부터 성형수술로 자기의 결점을 보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필자도 최근 성형수술을 원하는 중국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성형의원을 몇 개 소개해 주었다. 미국의 나스탁에 상장된 회사를 가진 부자인 친구의 딸이 성형수술을 원하였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데나 소개한 것이 아니라 성형업계를 휜히 아는 의사친구를 찾아 소개 받았다. 물론 필자에게는 비록 사소하게 보이는 부탁이지만, 친구와 그의 딸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필자의 한국일정에 맞추어 동행했다. 당연히 안전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수술을 받고 쉬다가 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침 우리집 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과도 맞물려 아이들이 통역도하고 한국의 이곳저곳도 같이 돌아다니고 하였단다. 우리집애들과 친구집애들은 친구가 되었고, 돌아와서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저녁초대를 정식으로 받아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작은 성의로 수조의 재산을 가진 중국인 친구와는 더욱 가까워졌고, 아이들도 좋은 인맥 하나는 가지게 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친구들로부터 종종 다음과 같은 부탁을 받는다. 한국을 가는데 여행사, 호텔이나 차량편 혹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중국인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필자는 비록사소한 일이라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정도의 친절한 도움을 준다. 한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인 친구들은 작은 성의에 고마워하고 저녁을 산다. 이것이 꽌시를 맺는 출발의 기본이 된다. 중국인 친구가 도움을 청하거든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도움을 주어라. 그 친구는 두고두고 보답의 기회를 노린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