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에서 성공가능한 사업모델에 주목하라

2014-05-30 09:53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한국은 홍콩이나 대만 등 범중국계 국가를 제외하고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숫자뿐만 아니라 투자금액도 세계5위권이다.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만 해도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기업은 2000년을 전후해 인건비상승, 노사분규의 해결과 신 시장 개척을 위해 봇물처럼 중국으로 진출했다. 특히 중국지방정부의 강력한 투자유치정책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과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패의 원인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망한 기업은 한국에 있었어도 망할 기업이 대다수인 것이다.

인건비를 절약할 목적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인건비가 상승하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중국 로컬기업의 규모 경제와 저임금, 저비용을 바탕으로 한 덤핑공세를 견디어낼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기업들의 경쟁력확보로 인한 약진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에게 강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정부는 외자기업들에게 그동안 사문화됐던 5대 보험 납부를 강요하고 있다. 중국의 법규대로 하면 50%이상의 추가 임금부담이 생긴다. 인건비 절감으로 겨우 살아가던 우리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상당수의 우리투자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기업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적지 않은 우리기업들이 중국에 적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북경현대자동차가 거두고 있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북경현대에 납품하고 있는 수백 개의 1차 밴드 업체뿐만 아니라 2, 3차 공급업체들도 완성차의 성공적인 판매에 따른 과실을 공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중국내 한국화장품의 평가를 일거에 세계적인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이랜드의 의류브랜드는 이제 중국의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락앤락, 농심의 신라면과 동양제과의 초코파이는 소개할 필요조차 없는 인기 브랜드다. 그리고 북경과 청도 등에서 영업 중인 자하문식당 같은 외식업체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은 경쟁이 약한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거둔 성공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중국현지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간단하다. 전 직원이 일심동체가 되어 전력투구한다는 점을 들고 싶다. 자원의 분산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역량을 집중한다.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 교육과 비전 제시는 필수다. 중국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라다. 현지화는 필수다. 북경과 상해, 광동은 한 나라와 다른 나라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도시이다. 하나의 잣대나 전략으로 공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좁은 시각으로는 다양성을 가진 중국 고객을 만족 시킬 수 없다. 중국의 코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

철밥통으로 알려진 중국은 이제 무서운 정도의 실적급제로 전환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능력제를 선호하고 실행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종업원들은 해외에서 실패한 사회주의식의 경영관리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자본주의 방식의 경영을 좋아한다. 양국 종업원의 기업 보는 눈의 차이만 평가한다면 우리기업이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중국의 실적이 이제 한국 본사의 주가에도 매일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서의 성공이 한국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시장을 피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기업들도 이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중국과 정면 승부를 거는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국이 아니고는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사회과학원은 ‘2012년 중국경제예측보고’에서 연간 GDP성장률을 8.5%에 달할 것으로 발표했다. 중국이 8%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정부는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강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잘만 대처하면 우리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중국은 덩치가 커기 때문에 몸놀림에 둔한 구석이 적지 않다. 틈새를 공략해 교두보를 확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은 무엇보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인재의 확보가 우선이다. 올해로 수교 20년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유학한 인재들이 적지 않다. 우리기업들은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만을 선호 할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뽑아 일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에서 유학해 한국의 사정을 잘아는 중국인 인재도 키워 볼 만하다. 끝으로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마라 (疑人莫用 用人莫疑)’는 말을 명심하라.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은 인재확보에서 시작된다. (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