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사마천의 '화식열전'이 제시하는 중국 부자경제학
2014-05-30 09:37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이는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 화식열전(貨殖列傳) 첫머리에 쓴 글이다.
사마천은 지금부터 2100년 전 중국에서 태어난 사기를 저술한 유명한 역사가이다. 그의 부친은 太史令(태사령) 이었는데 부친의 유업을 받들어 후일 사기 저술을 완성한 역사가이다. 당시 그는 친구인 이릉(李陵)이라는 장군이 전쟁에 출전 하였다가, 적에게 투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宮刑= 거세형)을 받았다. 궁형의 치욕 때문에 죽으려고 하였으나 부친의 유업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참고 그의 나이 55세 때 사기를 완성하였다. 나중에 황제의 신임을 회복하여 환관의 최고직인 중서령 (中書令)이 된 사람이다.
화식열전은 이미 2000년이 지났건만 지금 읽어보아도 조금도 고리타분한 사상의 냄새가 나지 않는 '부자아빠'를 몇 배 압축한 파일들이다. 내용을 더듬어 가다 보면 돈을 벌고 재산을 모으는 이재법(理財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는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다음과 같이 찬양하고 있다.
“부를 얻는 데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물건의 주인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부가 집중되고, 우매한 자에게는 부는 흩어진다. 천금의 부자는 한 도시를 지배하는 성주에 비길만하고, 수 만금을 가진 부호는 왕자와 즐거움을 같이 한다. 그들이야말로 무관(無冠)의 제후(諸侯)라 할 만하지 않은가?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집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처자식들은 밥도 제대로 먹을 형편이 되지 못하며, 명절이 되어도 조상에게 제사 지내거나 술자리를 마련할 돈도 없는 주제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인간들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마천은 일부 특수한 사정으로 빈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빈한한 사람들을 질책하고 실패한 인생이라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에 적용하여도 거의 손색이 없는 현실관이 아닐 수 없다. 사마천은 당시 민중의 가슴에 흐르는 현실적 삶의 정수를 꿰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도 솔직하고 용감하였다고 생각한다.
사마천은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用, 女爲悅己容)고 주장하여 고리타분한 유교적인 사상을 뛰어넘고 있다.
중국의 역사서 한서(漢書)의 저자 반고는 사마천을“그의 가치관은 성인의 가르침에 위배되고 있다. 인생의 기준을 논함에 있어 유가사상보다 도가사상을 우위에 놓았고, 협객(俠客)을 논하면서 高潔(고결)한 인물을 뒤로 하고 간웅(奸雄)을 치켜 세웠다. 권력과 재물을 숭상하고 빈곤함을 경멸하였으니 이런 점들이 사마천의 오류”라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사마천과 반고는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 인데도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반고의 독설로 하여 사마천의 사상이 더욱 돋보인다. 반고의 사상은 200여년전 우리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제창한 실학자들이 나오기 전까지 조선왕조 엘리뜨라고 하는 자들의 사상과 맥(脈)이 닿아 있다.
그래도 중국인들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반고가 한서(漢書)를 쓰기 이전에 사마천(司馬遷)이란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마천과 같은 실사구시를 존중하는 통찰력 있는 인물을 중국이 가지지 않았더라면 표현에 인색한 중국인들이 더욱 위선적이고 더욱 무미건조 해졌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상을 자유롭게 펼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전통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마천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담겨있는 사상의 가르침 덕분 인지 모르겠으나 중국인들은 태생적으로 상업과 협상에 능한 것 같다. 중국인들과 사업관계의 협상에서 우리보다 훨씬 적은 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은 수 천년 동안 우리와 달리 상업을 천한 직업으로 보지 않고 훌륭한 부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전통을 지켜왔다. 다만 중국공산 혁명을 거치면서 잠시 조정의 기간을 거쳤지만, 개방과 함께 중국인들의 분출하는 부에 대한 욕구를 지켜보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돈에 대한 강한 집념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는 태생적(胎生的) 유전인자(遺傳因子)임이 확실한 것 같다.
서양의 부자 아빠만 읽을 것이 아니라, 중국인의 재화관(財貨觀)의 보고(寶庫)인 화식열전(貨殖列傳)을 읽으며 부에 대한 기본기를 익힐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사업이나 무역에서 중국인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들이 가진 사상의 근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태”라고 하지 않았던가? 부단히 중국을 배우고 대적할 힘을 기르지 않고서는 우리에서 희망이 없다.(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