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박근혜정부 '인사 대참사'…"인사스타일·인사시스템부터 개조하라" 봇물
2014-06-24 13:56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 확산...인사수석실 부활 등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혁 필요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정부 들어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까지 세 번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인사참사’를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부실투성이’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대개조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나홀로 인사’ '수첩인사'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사검증실무를 맡은 민정수석실은 또다시 책임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 ‘부실투성이’ 청와대 인사시스템 = 우선 청와대가 기초적인 검증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연이은 인사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 인선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맡고 있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비서실장 외에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정무수석, 민정수석, 인사위원회 선임 행정관 등이 고정 멤버다.
장관급 이상은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참모진과 논의해 후보 리스트를 확정하는데, 이후 민정수석실은 이들 후보들을 대상으로 평판 검증을 한 뒤 재산·병역· 9가지 항목 200개 질문이 담긴 사전질문서를 보낸다.
청와대는 또 후보자에게 자기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평판 검증 등 구체적인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안전행정부와 검찰청, 국세청, 병무청, 경찰청 등 15개 기관이 작성한 28종의 자료를 검토한다.
청와대 측은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결정적 계기가 된 교회 및 대학 강연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령 이 부분이 청와대 검증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못했다 치더라도 문 후보자가 군 복무중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병역 문제가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 소지가 크다.
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송광용 교육문화 수석의 논문 비위나 수당 부정 수령 의혹은 사전질문지 ‘연구윤리’ 항목에서 검증하도록 돼 있어 '부실검증'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투명하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위해선 김대중·노무현정부 때의 인사시스템인 중앙인사위원회와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인사수석실에서 인사를 1차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에서 2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중복 검증시스템으로 운영했다.
◇ 박 대통령 ‘나홀로 깜짝 인사스타일' 바꿔야 =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사스템 개혁보다 먼저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안대희, 문창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위에서 낙점해서 내려오면 밑에서는 어떠한 흠결이 발견돼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문 후보자를 지명할 때는 인사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의 경우 윤창중 전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극우성향의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민통합형 총리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24일 민경욱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자의 낙마를 정치권의 ‘여론 재판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때문에 자신의 뜻으로 문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이 정작 부실 검증과 인사 실패의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이번 같은 인사 실패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박 대통령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 스타일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나홀로 깜짝 인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자 자진사퇴 후 브리핑에서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내맘대로의 수첩 인사, 깜짝 인사와는 작별하시기 바란다"면서 "앞으로 인사를 할 때는 대통령의 마음에 앞서 국민의 마음을 챙기는 사람, 대통령의 말만 받아쓰는 사람보다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대통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고르셔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