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가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한 핵심사안을 이르면 이달 안으로 국회에 보고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농어촌공사에 열린 ‘쌀 시장 전면개방 공청회’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주 안으로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과 쌀산업발전대책을 최종 발표하고, 관세율 등을 정리한 수정 양허표(Schedule of Concessions)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통상문제를 다루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농업문제를 다루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고해 동의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정부 최종안에 대해서도 9월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기 앞서 국회에 보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WTO에 쌀 시장 개방 의사를 전달하면 국회의 비준 여부와는 관계없이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이 개방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등 농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당시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시장접근물량 이외의 쌀’을 수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추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국회 통상대책특위 보고자료에서 쌀 시장 개방 과정이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법상 통상업무를 하면서 국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쌀시장 관세화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의로 국회의 동의를 얻되 국회의 허락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닌 국회에 보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국내법의 개정이 필요한 조약의 경우 헌법 제60조 제1항에서 규정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한 추가 보완대책에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농식품부의 '2005년 쌀 관세화 유예 연장 추가 보완대책’ 연도별 예·결산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9조9475억원의 보완대책 예산 중 80% 가량인 24조9093억원을 집행했다. 쌀 관세화 유예조치 10년 연장에만 무려 30조원에 달하는 국내 보완대책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쌀 시장 전면개방이 국가 재정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 의원은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경우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국내 쌀생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 수천억원 대의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는 쌀시장 개방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추산하고 조속히 보완대책을 마련해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주 중으로 쌀 산업발전대책안을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9월까지 WTO에 보고할 계획이다. 하지만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야당과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고 있어 향후 국회에서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