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기간제근로자 채용비리 백태… 감사관 조사 결과

2014-06-19 09:55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직원 배우자를 기간제 채용 뒤 정규직으로 바꾸고…', '자격이 안되는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기간제근로자는 방침 없이 임의적으로 뽑고…'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이 자체 기간제근로자를 충원하며 저지른 비리 백태들이다. 서울시 감사관은 19일 시 산하기관 17곳에 대한 '기간제근로자 채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무더기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부터 한 달간 진행됐으며 2011년 이후 채용(계약연장 포함) 또는 공무직 전환업무 전반에 대해 이뤄졌다. 감사를 통해 10건의 부당사례가 적발됐고 중징계 2명, 경징계 4명, 경고 4명, 주의 3명 등 신분상 조치가 취해졌다.

◆서울시설공단

서울시설공단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2011년 6월 28일 직원 A씨의 아내 B씨를 기간제로 특별채용한 뒤 3개월 단위 계약을 연장했다.

해당 인사처에서는 B씨를 다음해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공채 방침을 알렸다. '기간제근로자 사용시 부서장은 인사 및 예산담당 부서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공원측은 B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는 커녕 인사부서의 사전승인 없이 2012년 10~12월 재계약했다. 여기에 더해 B씨의 업무가 폐지되기 직전 타부서로 배치했고 심지어 허위자료를 제출해 부당하게 정규직 전환시켰다.

서울시는 시설공단 이사장에게 A씨를 중징계하는 등 관련직원의 무더기 처분을 요청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작년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공익사업 지원업무 등을 목적으로 뽑은 2명을 부정적하게 특채했다. 이 둘이 뽑힌 사업은 특채 대상이 아니었다. 시는 해당 부서에 경고, 주의를 조치했다.

내부 비정규직 관리규정에 따르면,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에 상응하는 자격증 또는 경력을 소지했거나 공채 방법이 비능률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공채토록 했다.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해 8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구축사업 단기계약직 15명을 선발하며 기부기탁 및 공공사업 시간제 2급에 대해 '12년 이상 경력자'로 자격을 알렸다. 그렇지만 경력이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원자를 뽑아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같은 해 2월 시민디자인 전문연구원 3명의 공채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2년 경력자를 합격시켰다. 앞서 지원자격은 '공공기관, 민간·대기업 등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로 명시했다.

◆이외에도 '수두룩'

감사 결과, 서울의료원은 특채시 서류심사(서면결의) 기준이 불명확했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기간제근로자 채용 때 심사위원 평가점수 합산이 불합리해 공정성·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진흥원, 서울메트로, 서울복지재단, 여성가족재단, SH공사, 세종문화회관 등 9개 기관은 기간제 선발시험 중 예비합격자를 공개하지 않아 임의채용 개연성의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 서울시설공단, 서울연구원 등 4곳은 면접 심사위원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만 충당해 심사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