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섹시발랄한 한국화가 김현정 "아줌마들이 웃긴다며 좋아해요"

2014-06-19 10:36
19~30일 인사아트센터서 '내숭올림픽' 개인전

[김현정작가가 19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녀는 예뻤다.'   발칙한 즐거움은 덤이다.

19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여는 한국화가 김현정의 개인전은 생기발랄하다. '오호~이것봐라'하는 묘한 매력으로 지나치는 발걸음을 확 끌어당긴다.

 트레머리를 하고 곱게 한복입은 여인이 포켓볼을 치는가 하면, 한복치마에 장비를 달고 암벽등반에 매달려 있고,  속이 훤히 보이는 한복치마를 입고 역기 운동기구에 누워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전시 제목은 '2014 내숭 올림픽'.  지난해 6월 개인전이후 1년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내숭 이야기' 시리즈다.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 양재시민공원에서 일상생활 속의 운동을 포착하고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작품은 '내숭 시리즈'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숭'을 떨지 않았다. 그림속 여인처럼 발랄하고 쿨했다.

 "어머니 나이의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자마자 '발칙하다, 웃긴다' 그러시면서 좋아하세요. 그럴때 저도 기분이 정말 좋아요."

 작가의 일상의 순간을 작품에 캡처한 그림은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다. '혼자 노는 여인' 은 '당돌한 미학'이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명품가방을 다리에 끼고 윗몸일으키기 하는 모습은 쿡 웃음이 터진다.  스타벅스 커피, 아이팟등 현시대의 필수품이 등장하지만 그 장치가 위트있는 건 주인공이 한복을 입고 있기 때문. 마치 조선시대 공주가 궁생활이 지겨워 타입슬립한 듯 한 장면처럼 보인다.

 화려하고 굽높은 꽃신을 신은 '된장녀' 면모를 풍기지만 화면속 그녀 밉상은 아니다. '무념무상'의 표정과  운동에 열심인 그녀를 바라보면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작가의 마음속 속살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해 남녀노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김현정 작가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진지하게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스물일곱살. 작가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긴 작품은  봄날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같은 '찬란한 청춘의 빛'이 가득하다.

  '진부한 한국화'가 상큼하게 변신한게 큰 힘이다. 수묵담채의 전통기법을 유지한채 세태에 맞는 변신 전략은 미술시장에까지 생기를 넣고 있다.

 "(작가를 해도)나 배고프지 않을 수 있어"라고 다짐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는 작품속 여인처럼 당돌하다.

이번 전시는 '셀프 프로모션'이다.  자신이 직접 화랑을 대관하고, 두툼한 도록도 만들었다.  이 당당함때문일까. 작가는 지난해 한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솔드아웃되며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화여서 주가는 치솟았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기법으로 “당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SNS에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브랜드도 얻었다.

섹시발랄 통통튀는 가벼움이 있지만 작품은 내공이 만만치 않다. 밝음의 '쌍둥이 악마'는 어둠. 화려하고 즐거운 그림이지만 이 그림이 세상에 나오지까지 진통이 있었다. 

  대학시절 논문 심사에서 눈물 한바가지를 흘릴만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도 '내숭'이야기로 '화병'을 소재로 그렸지만 교수들은 이해해주지 않았던 것.  우울증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와서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렇게 나온 그림이 내숭 시리즈의 시작이 됐다. 한복입은 여인은 자신이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계승이라는 상징적 의미다.

그렇다면 내숭은 뭘까. "이젠 한복을 많이 입어서 자연스럽지만 예전에 한복을 입으면 어색한데 어쩐지 단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보이는 겉과 속은 달라요. 이번 작품에 속이 훤히 보이게 치마를 담은 이유기도 하죠."

"내숭이 우리사회에서 여자들에게 많이 쓰여지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는 내숭을 떠는 사람들에 대한 희화화의 욕구로 시작했지만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지금은 '내숭'이 심리학적, 철학적 분석대상이 되어버렸어요."

'넓은 치마속에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그린 한복치마는 반투명하게 표현됐다. 얇은 한지에 염색해 콜라주한 치마는 그야말로 속살이 훤히 비춰 야시시하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현대인의 '내숭'을 섹시하고 위트있게 고발하고 있다.

 "제 전시를 보고 한바탕 크게 웃고가셨으면 해요. 저도 제 그림을 그리면서 우울증이 치료됐거든요.재밌다 웃긴다며 처음 전시할때 작품이 팔려나갔을때 얼떨떨했지만 행복했어요. 전 위대한 작가보다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이번 전시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3D프린트를 이용한 화면속 인물 피규어도 선보인다. 오는 21일 작가와 관람객들이 함께 하는 체험프로젝트(‘나도 작품의 주인공’)도 열린다. 전시장에는 20여점이 걸렸다. 작품가격은 100호가 1000만원선, 피규어는 100만원선이다. 전시는 30일까지.(02)
736-1020

 
전시장에는 3D프린트를 이용해 만든 그림속 인물 피규어도 전시됐다. 사진=박현주기자
 
 ◆김현정 작가=서울대 동양화과를 전공하며,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했다. 현재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 중에 있다 현재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