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리커창 영역침범? 재경영도소조 조장 맡아

2014-06-15 15:04

시진핑 주석의 주요직책[시나닷컴 캡쳐]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사실상 중국 경제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년동안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은 총리가 맡아왔다.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래 당연히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일 것으로 여겨져 왔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제6차 회의가 지난 13일 개최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영도소조의 조장이 시진핑 주석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리커창 총리는 부조장,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는 조원으로 소개됐다. 

◆경제정책 최고 결정기구, 재경영도소조

재경영도소조는 공산당 중앙 산하의 조직으로 실질적인 경제정책 최고 결정기구다. 금융정책과 통화정책, 환율정책, 농촌문제,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등 경제정책을 총괄한다. 보고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제출된다. 회의는 비공식적이면서, 수시로 소집된다. 활동내용은 대외에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1980년 설립됐다. 

영도소조에는 부총리와 주요 경제부서 장관들과 금융기구 수장들이 조원으로 참여한다. 1998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이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에게 조장을 맡도록 한 뒤 영도소조의 조장은 총리가 맡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총리가 아닌 공산당 총서기가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을 맡게 된 것.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선 2013년 3월부터 영도소조의 조장을 시 주석이 맡아왔는지, 아니면 최근 시 주석이 영도소조 조장에 오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 지도부가 들어선 후 재경영도소조 조장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리커창 영역침범?

시 주석이 재경영도소조 조장까지 맡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주석은 국가권력기구를 독점한다는 내외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또한 외치와 국방, 정치는 시진핑 주석이, 경제와 내치는 리커창 총리가 분담한다는 이른바 '시리조합()'에 균열이 생기며, 리 총리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이 표방하는 집단지도체제에도 맞지 않고, 시진핑 본인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공중앙 군사위원회 주석,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중화인민공화국 군사위원회 추석,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조장,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주석,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조장, 중앙군사위원회 국방개혁영도소조 주임,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 등 주요 조직들을 독식하고 있다. 때문에 시 주석의 '1인 권력 체제'가 더욱 강화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도높은 경제개혁 예고탄 분석

이와 함께 시주석이 영도소조 조장에 오름으로써 중국의 경제개혁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 정치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앙기율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다. 서슬퍼런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정국을 장악한 상태다. 때문에 시 주석이 조장인 중앙재경영도소조는 총리가 조장인 그것과는 정치적 영향력이 다르다.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슬퍼런 사정의 칼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영도소조 조장에 올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시 주석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더욱 강도높은 경제개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 내부 관계자는 "주석과 총리의 합의 없이는 주요 영도소조 조장의 인선이 불가능하다"며 "리커창 총리가 경제개혁작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시 주석에게 재경영도소조 조장에 올라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 정, 군 망라한 화려한 진용

시주석이 조장인 만큼 재경영도소조는 과거와 달리 당, 정, 군을 망라한 화려한 진용으로 꾸려졌다. 13일 개최된 영도소조 회의에는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 왕양(汪洋) 부총리, 마카이(馬凱) 부총리, 왕후닝(王滬寧) 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실 주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징(楊晶) 국무원 비서장 겸 국무위원,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행장,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샤오제(肖捷) 국무원 부비서장, 쉬사오스(徐紹史) 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먀오웨이(苗圩) 공업정보화부 부장, 장다밍(姜大明) 국토자원부 부장, 장웨이신(姜偉新) 주택건설부 부장, 천레이(陳雷) 수리부 부장, 류허(劉鶴)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겸 발개위 부주임,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 부부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 부장,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 부장, 양촨탕(楊傳堂) 교통운수부 부장, 우신슝(吳新雄) 발개위 부주임 겸 에너지국 국장 등이 조원으로 참석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영도소조 회의에서 에너지 소비혁명, 에너지 공급혁명, 에너지 기술혁명, 에너지 수급시스템 혁명 등 에너지와 관련한 4대 부문에서의 혁명을 역설했다. 시 주석은 ‘개혁’을 넘어 ‘혁명’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중국의 에너지 영역에서의 강도높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했다.